짐바란(Jimbaran) 해변에 갔다가 울루와뚜(Uluwatu) 에서 노을을 보겠다는 우리의 계획을 들은 리조트 직원의 표정이 살짝 묘했다. 일몰보단 일출을 보는게 어떠냐고 묻던데...그때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주지 그러셨을까. 해질녘 울루와뚜는 도떼기 시장이라고. >_<;; 짐바란 해변은 평화로웠다. 북적이지도 않고, 특별할 건 없지만 바다도 시원하고.
발리의 바다는 파도가 역동적인 곳이 많아 서핑팬들이 즐겨 찾는다더니, 짐바란도 그랬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4시. 기사분이 슬슬 재촉하기 시작했다. 해 지기 전 울루와뚜에 도착하려면 지금 가야 한다고.
모래에 생기는 저 그라데이션이 멋있다 했더니 사메 왈, 저거 다 오염물질이라고. 푸핫.
그에게 진정 멋있는건 아마도 이런 거. ㅋ
도로에는 역대급 교통체증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나...발리의 관광객이란 관광객은 전부 울루와뚜에 가나부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시간대에 오는건데 때는 이미 늦으리. 중국 인도 단체관광객들이 홀랑 접수해버린 울루와뚜. 난리도 그런 난리통이 없었다.
발 디딜 틈을 찾고 있는데 웬 여인이 중국어로 뭐라뭐라 하며 나를 홱 밀쳐낸다. 자기 애 사진 찍어주고 있는데 내가 구도에 들어와 방해된다는 것. -_- 와...진짜.. 배 고파서 기력 없는 관계로다가 참았다.. -_- 날이 흐려 노을도 선명치 않고 중국에 온건지 발리에 온건지 모르겠는 이 상황.
여기 원숭이들은 공격적이었다. 선글라스 채가는 것만 세 번을 봤나. 아지트를 수색하면 상당 규모의 휴대폰과 선글라스 콜렉션이 발견될 듯. ^^
발리 최고의 관광스팟 답게 경치는 좋았다. 탁 트인 바닷가 절벽 위의 사원. 부서지는 파도. 다만 그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을 뿐.
우리는 피곤하고 배 고프고 더럽고 아마 냄새도 났을 것 같다. ^^;
리조트로 돌아와 늦은 요기를 하며 이야기했다. 만일 또 온다면 일출을 보는게 낫겠다, 그지. 남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발리엔 또 오더라도 울루와뚜는 인제 가지 말자. (ㅋㅋ) 한적하게 구경할 수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 비록 난 그러지 못했으나 그때 그 곳에 있던 다른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기를.
끝까지 안 집어지는 볶음국수의 마지막 한가닥은 아마도 나의 미련 한조각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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