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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날 기다리지 말아요

by SingerJ 2022. 1. 16.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존재는...이 곳에선 아마도 새소리? 자기들끼리 무슨 대화를 하는지 삐리릭?! 뾱뾱! 멜로디도 다양하게 어찌나 우렁찬지.. 아침마다 시끄러워서 잠을 깬다.


봄이 왔는데도 우리집 거실은 여전히 겨울인채로 그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털이 부슝부슝한 모직 쿠션커버에, 겨우내 사용했던 무릎담요도 탁자 위에 놓인 채로. 아침 일찍부터 슬금슬금 들어오기 시작하는 햇빛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좋을라나 보다. 봄맞이 대청소 한번 해야 될 것 같다.

일찍 일어난 김에 후딱 취리히에 가서 한국식품 장을 봐왔다. 매번 별로 사오는 건 없어도 한국수퍼 가기 전에는 막 설레기까지 한다. 김치나 김 같이 언제든 그냥 꺼내 먹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 집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감동이다.. 청포도 사탕은 기차 안에서 벌써 꺼내 먹음. 떡볶이 할때 춘장 넣으면 맛있다고 해서 오늘은 안 까먹고 사왔다. 어릴때 엄마가 길거리 불량식품 사먹지 말라고 하도 세뇌를 시켜서 떡볶이를 처음 사먹어 본게 중학생이 되어서였다. 합창반 연습 끝나고 담임쌤이 떡볶이집에 데려갔나 그랬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와...불량식품(!)을 선생님이 합법적으로(!) 사준다...와...하고.

그동안 젓가락 딱 세벌 밖에 없었는데 오늘 좀 사왔다. 음.. 진공젓가락 별로 안 좋아하지만 뭐 아쉬운대로. 이젠 식기세척기에 들어가 있는 젓가락 다시 씻어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다.

사놓고 잊고 있었던 다지기! 소유진 남편 그 누구지...TV 프로그램에서 이거 쓰길래 갑자기 사고 싶어져서. 푸드 프로세서니 뭐니 있으면 편하다는 거 알면서도 완전무시하고 잘만 살았었는데 그 사람 참 선전하는 재주 있더만...방송 한번 보고 나니 꼭 사야 될 것만 같았음. ^^;

장도 봐왔으니 밥 하고 된장도 끓인다. 찌개인지 국인지 모를...물을 좀 많이 넣는 편인데 그때마다 육상선수 임춘애 생각이 난다. 가난해서 라면 먹을때 조금이라도 많게 먹으려고 일부러 라면을 퉁퉁 불려 먹었다던 (전혀 뜬금 없는 비유 ㅋ). 두부욕심이 많아서 가득가득. 다 끓고나서 수북하게 떠오르는 두부를 보면 맘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ㅋㅋ


나이 마흔이 넘어도 내가 한건 초보 자취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냉장고를 부탁해 김풍 쉡만 보면 괜히 감정이입 된다. 그나저나 된장은 역시 뚝배기에 끓여야 맛인데...주제에 까다로와서 선뜻 아무 뚝배기나 사기 주저된다. 하여 아직도 스댕냄비.

퐁듀그릇이 뚝배기 대용으로 딱일 거 같아서 한 번 해본 적 있는데 결론은...미련한 짓이었다. 생전 안 끓는다! 다 끓인 다음에 따끈하게 유지하면서 먹는 용도로나 사용해야지 이 그릇은 절대 바글바글 끓는 걸 기대할 수 없다.

다음주 월요일은 헌옷 분리수거의 날. 된장 끓는 동안 옷장정리를 했다. 수퍼마켓 갈때 제일 자주 걸쳐입게 되는 옷.. 런던과 빠리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당신은? 난 런던편임미다.

택배 온 것도 풀러서 정리한다. 분명히 내 돈 주고 산건데 왜 택배상자는 늘 선물같이 느껴지는 걸까요.. 참 미스테리. 로라메르시에 아이쉐도우 + 블러셔 팔레트, 그리고 헤라 쿠션 파운데이션. 과연 저 아이쉐도우를 난 한번이라도 바를 것인가...?

하고 다니는 거 보면 화장품 하나도 없게 생겨가지고 의외로 화장품 많다. 쉐딩파우더, 하이라이터, 각종 브러쉬와 소품...있을 건 다 있어서 스스로도 한 번 놀라고 그 중 쓰는 건 두어 가지 밖에 없다는 거에 두 번 놀라곤 한다. ㅋ

매니큐어도 언제부턴가 하나 둘씩 사 모으기 시작...한국 것도 여러 개 있다.

회사 갈땐 시뻘겋거나 금색 같은건 소심해서 못 바르고, 부담 없이 바르는 건 에뛰드 춤추는 오로라. 좀 삐져나가게 바르거나 벗겨져도 그리 티가 안 난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에선 좀 진하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훨씬 옅은 색이 나온다 (내 손 아님).

이것들은 새로 산 거. 아직 안 발라봤다.
너희들은...쩌리 되겠어욧! >_< 색상은 둘째 치고 바르는 솔이 너무 안 좋으셔 인간적으로..

샘플이랑 잡동사니 모아두는 바구니도 언제 한번 비워야 하는데 몇달째 미루고 있다.

이 스폰지 좋다. 리퀴드 파운데이션 바를때 함 써보세요. 강력추천.

여기도 언제 한번 정리해야 하는데. 화장을 안 하니 리필 화장품들이 생전 가야 줄어들질 않는다. 저 뒤에 수북 쌓여있는 건 인조속눈썹. 하여간 하고 다니는 거와 달리 소지품은 좀 의외지 않습니까. -ㅁ-;

검정색 갈색 두 가지 있다. 10년이 지나면 이 속눈썹들은 과연 소비되어 있을까요...?

혼자 먹어도 예쁜 그릇에 차려 먹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하던데. 따뜻한 된장국에 바삭한 김에 깍두기도 있는데 예쁜 그릇까지 찾는 건 나에겐 사치. 밥 먹고 있는데 우리 트레이너 타냐가 문자 보낸다. 원래 오늘 가는 날 아닌데...와서 유산소 운동 하라고. 아니 난 가지 않을테야... 날 기다리지 말아욧...ㅋㅋ 주말은 누가 뭐래도 먹고 자고 쉬고. 그렇게 보낼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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