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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by SingerJ 2022. 1. 25.

다음주엔 얼린 딸기 말고 신선한 놈으로 스무디를 해먹을 수 있을거라고- 간당간당한 딸기봉지를 보며 그렇게 말하길 어언 3주. 드디어 나오기 시작한 딸기는 몸통의 절반이 허얘서 -ㅅ-; 도저히 구매의욕이 샘솟지 아니하는 바.. 얼린 딸기의 마지막 한움큼을 미련 없이 털어 먹었다.

새 프로젝트 때문에 출장이 잦아진 사메의 머리는 이발할 타이밍을 놓쳐 브로콜리화가 되어가고 있고, 거울 속에 비치는 내 얼굴은 판다가 울고 갈 정도의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드리워져 있다. 브로콜리와 판다의 업무홀릭 병든 닭 상태는 아마도 휴가전까지, 그리고 휴가 후에도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매년 그렇듯 부활절 연휴의 자비로운 안식이 모두를 구원해줄 때까지.

어느 총각의 빨간 배낭. 뻘겅홀릭인 브로콜리는 예쁘다고 감탄을 감탄을.

스무디 한잔만으로는 역시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서 빵이 먹고 싶은 것인가 빵이 보이니 배가 고픈 것인가..

자기는 단 걸 안 좋아한다고 늘 주장하는 브로콜리씨의 선택. ^^;

햇살 따스하고 바람도 고요한 날이다.

산책을 좋아하긴 해도 꼭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진짜 필요해졌구나를 부쩍 절감한다. 햇빛과 풀냄새, 물소리...쿠션을 밟는 듯 푹신한 흙바닥의 감촉이 또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충전해준다.

평화스런 풍경 속에서 대화거리도 평화로우면 좋겠지만 현실은 남편네 지랄맞은 직원 욕 침 튀기며 한 시간. ㅋㅋ

노인들이 유난히 산책을 즐겨 하는건 단순히 시간 많은 이들의 소일거리여서가 아니라 어쩌면 정말 필요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조금씩, 나이 든 사람들을 이해하게 만드는건가 보다.. 세월이란 존재는.

왜 얼른 확 와버리지 않는건지 조바심 내는 사이에도 봄은 한걸음씩 찬찬히 다가오고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를 외치고 한번씩 눈 뜰 때마다 성큼 성큼 가까와져 있던 동네 친구들처럼, 이제 서너 주만 더 지나면 바짝 코 앞에 다가와 술래를 경쾌하게 탁, 쳐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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