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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네 정체는 무엇이냐

by SingerJ 2022. 1. 28.

최근 회사에서 한 실수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내 실수가 전혀 없었던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내 탓도 아닌, 그러나 일의 흐름상 내 실수가 크게 보이기 쉬운 경우라고나 할까. 다들 자초지종을 알기에 날 원망하는 이는 아무도 없으나 가시방석에 엉덩이 한 쪽 걸치고 앉은 듯한 이 찜찜함은 어쩔 수가 없다. 우쒸 나으 업무 완벽주의에 금이 갔어. ㅠㅠ 자고로 일하지 않는 자가 실수도 없는 법이라며, 한국사람 다 너만큼만 일 잘 하면 대환영이니 친구들 좀 회사에 소개하라는 중간보스 헬렌의 너스레가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비록 그 위안의 효과는 고작 몇 시간도 지속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맹한 동료는 오늘도 꾸준히 맹함폭발이다. 남 탓하는거 찌질하단거 나도 아는데, 그래도 진심 그 인간 탓이 70%는 된다. 그 인간의 문제점은, 자기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모르는게 있을 시 전혀! 완전! 엉뚱한 사람한테 물어본다는거다. 좀 웬만큼 엉뚱해야 잘 몰라서 그랬으려니 하지, 누가 봐도 딱 자기 일을 왜 나한테 물어보는건지 진심 미스테리다. 대체 박사학위는 어떻게 한건지, 아니 박사까지 갈 것도 없이 대학은 어떻게 졸업한건지 심각하게 궁금할 정도. 벽창호. 완전체. 4차원- 들어만 봤지 내 평생 이런 사람 볼 일이 실제로 있을까 싶던 바로 그 집약체가 요기 있네.. 하루하루가 버티기 내지는 누가누가 이기나 내기 하는 것만 같다. 문제는 내 체력과 정신력은 물론 전투의지가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는거다. 요즘은 초저녁만 되면 병든 닭처럼 쓰러져 잔다. 넘흐 피곤하다. 달리기도 한참 안 했는데 살도 안 찐다. 그 인간이 해고되길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두 손 두 발 다 들겠네. 곧 부활절 연휴라 다음주엔 이집트로 휴가 가는데 당최 그럴 기분이 아니다. 도대체 저 인간의 정체는 무엇일까. 예의 바르고, 착하고, 거룩한 대천사의 이름을 가진 (미햐엘), 꼼꼼하고, 깔끔해서 좋은냄새까지 난다. 그러나 그의 업무처리 방식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그 무엇의 연속이기만 한데.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해보고 싶은 마음 반, 저런 놈 이겨봤자 내 멘탈만 너덜너덜해질텐데 무슨 소용이랴 싶은 마음 반. 맹한 인간은 헛소리 하고 나대는 인간 그 옆에서 따발총 발사하는데 나 진짜 이 절을 이제 떠날 때가 됐나 싶다. 오, 신이시여 제발 더는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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