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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좀 다른 종류의 위로

by SingerJ 2022. 1. 28.

요즘은 왤케 회사에서 화 낼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화 나게 만드는 인간들이 많아진걸까, 아니면 내가 변한걸까. 짐짓 모르는 척 자문하고는 있지만 사실 답은 이미 안다. 변한건 내가 아니다.. 화 나게 하는 자들이 실제로 많아졌다. 분명히.

첫번째는- 이미 한두 번 얘기한 적이 있는- 우리회사 분석팀장 M. 그러나 사실 M 정도면 양반이다. 적어도 그는 착하고 예의바르다. 그에 대한 내 감정은 순수한 '화' 라기 보다는, 짜증 50% + 쟤를 우짜스까나 하는 측은지심 30% + 화 10% + 나는 왜 건물주가 아니라서 -ㅅ- 요로코롬 열 받으며 밥 벌어먹고 사는가 같은 실없는 투정 10%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그에 비해 지금부터 얘기할 외부자 세 명은 말 그대로 저 깊이 잠자고 있던 화를 단전에서부터 용암처럼 끓어넘치게 하는 인간들이다. 100% 순수 퓨어 발암인자! -_- 국적차별적 발언일랑 하고 싶지 않지만 그 중 두 명이 인도인이다. 우연인지 뭔지 내가 겪는 인도인들은 왜 그리 극과 극인지- 바닥까지 멍청하거나 극강의 똘똘함이거나. 물론 이 두 사람은 최강의 멍청이인데, 어쩜 그리 영혼의 쌍둥이같은 똑같은 수준의 바부팅 질문들만 약속이나 한 듯 해대는지 진심 감탄을 자아낸다. 그 뿐인가? 특유의 박박우김까지 장착하고 있어서, 이래봬도 우리회사에서는 나름 침착과 인내의 아이콘인 나도 심장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게 만드는 능력자들인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사람은 그 둘 중 하나의 보스놈 -_- 으로, 국적은 모르지만 이름이 안톤이라 안톤오노 같은 놈이라고 내 맘대로 부르고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라는 걸 부정적인 쪽으로다가 실감나게 해주는 콤비...멍청한 놈 위에 더 멍청한 보스놈! 한 술 더 떠 보스놈은 사납기까지 하다.

모처럼 날씨가 5월답다. 이 좋은 날 미간에 주름 세워가며 남 욕이나 하고 있으려니 기분이 참 그래서 광택 잃은 쥬얼리를 골라내 세척을 했다. 묵은때를 벗은 반짝임에 마음이 왠지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다이아몬드에 관심 없는 사람인줄만 알았다. 이 반지가 생기기 전까지는. 알고보니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전에는 다이아몬드를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다보니 내가 이 보석을 좋아하는지 자각할 기회가 없었을 뿐인갑다.

햇빛 좋은 날 손가락을 펴들고 그 무지개색을 넋 놓고 바라보곤 한다. 커피 한 잔, 책, 영화, 맛난 음식, 따뜻한 말 한마디, 휴가, 라일락 향기...이런 것들이 주는 위로와는 또다른, 예전엔 몰랐던 좀 다른 종류의 위로를 이 반짝임에서 얻는 것 같아 가끔 신기할 때가 있다. 다이아 따위는 형이하학 세속적 천박함의 대명사, 김중배의 기름진 욕심, 영혼 없는 돌덩이- 뭐 그런 쪽으로 내심 평가절하 해왔던 걸 지도.

그래, 세상엔 온갖 홧병요인 -_- 도 있는가 하면, 그에 대항할 힘을 주는 존재들 또한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로 산재해 있는게 아닐까 싶다. 발암요인 보다는 위안거리를 더 많이, 더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이왕이면 그런 일상이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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