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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스타벅스 일기

by SingerJ 2024. 1. 27.

아니 특정 상호를 이렇게 제목에 떡 써도 되는거여? 하며 펼쳐든, 요며칠 짬짬이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었다. 

번역가인 저자는 노트북을 싸들고 카페에 가 일을 하곤 하는데, 거기서 일어나는 그날그날의 에피소드를 일기로 담았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속으로 하는 생각, 그걸 계기로 펼쳐지는 또다른 상상의 나래- 간결하고 매끄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나의 사이렌오더 닉네임은 평범하다. 나무다. 며칠 전에는 사이렌오더로 주문 후 텀블러를 전달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나무 고객님이시죠? 하고 카운터 안의 파트너가 먼저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그때 '아, 닉네임을 바꿀 때가 됐구나' 하고 생각했다. 도둑은 항상 제 발이 저린 법. 그 뒤로 닉네임을 바꾸었다. '트리'로. 인생은 거기서 거기죠. 

 

깨알같이 귀여운 점은, 일기마다 <오늘의 음료>를 적어놨다는 것. 가끔 <오늘의 음료> 없는 일기도 있어서 "어, 뭐지!" 하고 보면, 스벅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일하거나 한 날. 
 
군더더기 없는 문체도 맘에 들지만, 바로 요즘의 얘기를 담은 생생한 현실감과 숨길 수 없는 유머감각도 유쾌하다. 술술 쉽게 읽히는가? 그렇다. 재미있는가? 그렇다. 별 얘기 아닌데도 흡인력이 상당하다. 짤막짤막한 일기의 연속이기 때문에 출퇴근길 짬짬이 읽다 중단되어도 맥이 탁 끊어지는 속 디비짐(...)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책에서 꼭 뭘 배우고 느껴야 하는건 아니지만서도, 이다지도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느끼는 바도 꽤 있었다. 왜 나는 언제부터 일기를 쓰지 않는가. 지나가는 흰둥이 개 한마리 만으로도 빼곡하게 적던 때가 있었는데.. 옛날의 나에겐 넘쳐나던 그 '꺼리' 들이, 지금은 너무도 감흥 없이 대해지기 때문이겠지.
 
모든 날이 좋을 수는 없어도, 날이 좋아서, 또는 날이 좋지 않아서,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찰나일지라도 좋은 순간이 분명 있는 하루하루일 터인데. 나는 왜 이제 그 순간들을 마음에 담지 않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이런 잔잔한 일상을 부지런히 적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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