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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

Indigo, 지금 걷는 이 길을 위하여

by 달밤의 J 2026. 9. 16.

이젠 정말 가을인 줄 알았더니, 오늘은 가던 여름이 돌아오기라도 한 듯한 날씨였다. 그럼에도 서서히 번져가는 가을 기운은 나날이 선명해진다. 날씨보다도 더 확실한 가을의 지표는 감성지수인지도 모른다. 이맘때면 꼭 찾아 듣게 되는 Yiruma의 'Indigo'.

처음 들었을 때 무척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계기로, 어떤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인지가. 이루마 본인이 직접 밝힌 적이 있다. 작곡을 하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짙푸른 밤의 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고. 그 순간을 곡으로 표현한 것이 ‘Indigo’라고. 그렇게 평범한(!) 계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의외일 만큼, 적어도 듣는 이들에게는 수만 가지 기억과 사연, 인간이 품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저마다 다른 빛깔로 끄집어내게 만드는 곡이라는 생각을 한다. 

 

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게 이 곡은 가지 않았던 모든 길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궁금하다. 그 길에는 무엇이 있었을지, 계속 걸었더라면 어디에 닿았을지.

음악이 시작되면 나는 그 갈림길로 돌아가 가지 않았던 길을 조금 걸어 들어가 본다. 그러다 짙은 안개를 만난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너무 멀리 와버리는 건 아닐까 조바심을 내다가, 결국 내가 걷던 길로 돌아온다. 하마터면 길을 잃어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는 불안감이 그제야 서서히 가라앉는다. 어쩌면 이 역시 가지 않은 많은 길 중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를,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위에서 비로소 안도감을 느낄 때쯤 음악은 끝이 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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