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자 쉬어가는 주말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월화수목금의 폭주를 멈추고, 일상이라는 현란한 무대에 잠시 암막커튼을 친 뒤 피로해진 이들을 아늑한 어둠 속에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토요일아...일요일아...싸랑한다.
남편이 출장중이면 금방 표가 난다. 밥 안해도 된다는 생각에 정신이 팔려 과일도 채소도 동나버린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장 봐온 것들의 일부로 어수선한 아침을 먹고는, 오랜만에 난 해가 금방 사라져버릴까 햇살 드는 거실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애정하는 커피집이 공사중이라 슬픈 요며칠. 무슨 짓을 해도 안 열리던 한라봉차의 병뚜껑이 마침내 뻥 시원하게 열리다니 타이밍 참 기막힌다.
'삶' 이라는 괴물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온갖 일희일비를 쥐고 흔드는건 의외로 작은 것들이라는 교훈을 실감나게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Favorite 커피가 사라진 상실감을 한라봉차가 잠시 잊게 해주고 있는 지금이 그렇고, 세척기에서 막 나온 접시들의 뽀드득한 자태가 그러하고, 순무 한다발의 생생한 색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작은 즐거움이 또 그렇다.
나의 삶 대부분의 순간순간, 하루하루는 주로 그 작디 작은 것들이 채워나가고, 그들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메우는 것 또한 또다른 작은 존재들이니 이래도 과연 이들이 '작은' 것들인지는 수수께끼다. 너희들은 결코 소소 (小小) 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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