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짜는 없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특별한 이유는, 너도 나도 다같이 (적어도 유럽에서는) 놀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 말인즉슨 휴가 후 출근했을때 밀린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바로 그렇기 땜에 특별한건데... 이번엔 왜, 어째서, 그렇지가 않은건지! 어리둥절 하는 사이 1월도 벌써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연봉이 오르고 보너스가 나오면 일거리도 득달같이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은 나의 착각일까. 하여간 공짜란 없구나. 그래도 주말만큼은 일 생각 말고 꼭 쉬어야지. 작년부터 묵혀둔 책도 읽어야지. 먹는 것도 잘 챙겨 먹어야지. 건강도 공짜가 아니니까.
# 지금은 알 수 없어라:
또 한번의 시험관 시술 여부를 결정하고자 간 상담에서 우리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왔다. 이제 의술의 힘을 비는 일은 더이상 없는 걸로. 사실 나는 한두번 더 해 볼 용의가 있었다. 교수쌤과 배양팀 쌤이 남편의 낙관론을 부추기지만 않았더라면 무난히 내 뜻대로 될 참이었다. '지난번 시도가 비록 실패였지만 경과가 좋았으므로 더 해보겠다면 찬성이다. 하지만 너희 부부 경우엔 솔직히 시험관으로 크게 덕 볼게 없다. 시험관이라는 게 체외'수정'을 도와주는 시술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문제가 있거나 수정단계가 잘 안되는 경우에는 크게 효과를 보지만 너희들은 배란/수정/세포분열 단계까지 문제가 없으므로 결국은 착상확률에 달린 거고 그럼 자연임신 확률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결론.
안 그래도 시술이 달갑지 않았던 사메는 아니나 다를까 이 말을 번개같이 캐치하고선, 그럼 우린 그냥 시간과 확률에 맡기겠노라고 한다. 아니 누구 맘대로? -_- 마누라 나이가 몇인지 모르나봐? 시간에 맡기긴 뭘 맡겨 시간이 없는디? 확실해? 이게 최선입니까? 당신 나이 들면 후회할 지도 모른다? 더 나이 먹으면 이제 시술 해보고 싶어도 못한다? 등등의 내 위협에도 사메의 소신은 확고하다. 애들 이뻐하는 남편에게 웬만하면 자식 하나는 낳아주려 시작한거지, 사실 나로 말하자면 굳이 설득까지 해가며 애를 갖고 싶은 여자는 전혀 아니기에, 음, 어, 그래 뭐 나도 동의해...얼떨결에 그러고선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어느새 교수쌤과 작별을 하고 병원 밖으로 나와 있었다. 결정을 하고 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잘 하는 짓일까 의구심도 들고. 독일유학을 결정하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후회를 하게 될 지 아닐지 그때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의 결정도 아마 그러하리라. 오늘 택한 길이 어디에 닿아 있을 지, 가지 않은 나머지 길을 미래에 어떻게 회상하게 될 지는 지지고 볶고 복닥거리며 인생을 좀 더 살아보아야만 그 의미를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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