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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목련꽃 그늘 아래서

by SingerJ 2022. 1. 25.

흐렸다가, 쌀쌀했다가, 바람이 세게 불다가, 화창했다가- 변덕이 죽 끓듯 하고는 있지만 봄은 부지런히 세를 굳혀가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꽉 오므린 봉오리였던 목련이 오늘은 일제히 피었다. 공원에는 꽃사진 찍으러 온 사진러버들이 가득.

라인강변의 오후는 햇빛 쬐는 이들과 함께 무르익어가고.

한해가 지나고 나면 '지난 봄에 어땠더라, 가을엔 여기 어땠더라' 기억이 안 나기 일쑤라 그게 아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금년부터는 꼭 계절의 변화를 순간 순간 느껴보리라, 집과 사무실 밖에 존재하는 또다른 세상을 놓치지 말고 함께 하리라 마음 먹었더랬다.

지천이 꽃향기로 가득한 이런 아름다운 날, 병아리콩 쉐이크와 토마토 따위로 끼니를 대신하려니 그것이 다만 서글프구나. 양배추가 떡볶이 맛이었으면. 토마토가 닭튀김이었으면. =_= 찬장 속에서 잠자고 있는 볶음너구리도 어떤 맛인지 먹어보고 싶은디.

사메의 머리카락은 이제 브로콜리 단계를 넘어 지미 헨드릭스 버금가는 상태가 되었다. 감고 나니 더 꼬불거린다. 머리카락이 기니 새치도 더 많아 보이고. 어린이 여러분 라면은 왜 꼬불거리게 만들까요? 답) 부피를 줄이기 위해- 라는 걸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시다. 쭉 펴면 내 머리길이와 맞먹을 듯.

피자마자 떨어져서 꽃잎카펫이 되었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대신 '맛있는 다이어트 식단' 을 검색하기 바빴던 봄날의 다이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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