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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미리 크리스마스 外

by SingerJ 2022. 1. 28.

# 드디어 휴가가 코 앞이다. 손 내밀면 닿을 듯 지척에 있지마는, 불면 날아갈세라 마치 비누방울 보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선호하는 휴가는 관광형 or 휴양형? 관광 7: 휴양 3을 원하곤 했는데 금년부로 바꾸겠다. 5:5, 아니, 휴양이 6이 되어도 좋겠다.

아이패드에 대량의 드라마와 영화를 쏟아넣다가 문득 운동복 생각이 나 챙기긴 했는데 과연 쓰게 될 지는 모르겠다. 목표체중까지 단 4kg가 남은 지금, 성공하고서 찬란한 봄 ㅎ 을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도루묵이 될 지, 이번 겨울이 분수령이 될 것은 자명하다. 퇴근하는 순간까지 제발 아무 일도 생기지 마라 제발...아흑.. 이 조마조마한 설렘.

# 한 사나흘 감기를 독하게 앓았다. 심란하기 짝이 없는 며칠을 보낸터라 긴장이 풀려 그랬을까. 혹시 임신이면 어쩌나 얼마나 속이 까맣게 탔는지 하마터면 스트레스로 세상 하직할 뻔 했다. -_-;; 한때 시험관 시술까지 해봤던 사람이 맞나 싶게, 그 이후 손바닥 뒤집듯 바뀐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지 뭔가. 그때만 해도 내가 원하는 결혼생활이 어떤건지 아직 잘 모를때였다면, 그 일을 계기로 비로소 확신을 얻었다고나 할까. 결혼까지는 좋되 2세는 없이 살고 싶은 부류의 사람이었던거다, 나는.


아무튼, 기껏 시험관까지 했을땐 안되더니 계획 없애고 나니 방심한 틈을 훅 치고 들어오는-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난게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진짜로 2세가 생겼다면 그 나름 감사할 일이 아닌가 애써 좋게 생각하려다가도, 그렇다면 나의 중/노년을 늦둥이 육아로 보내란 말인가 ㅠㅠ 깊은 슬픔에 빠졌다가...난리부르스 생쑈의 며칠이었다. 다시 찾아온 이 평화는, 마치 수십년만에 이산가족이 상봉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게 눈물겨운 반가움이다. 이 모든 두려움과 자신의 인생격변을 감수하며 아이를 낳고 기른 세상의 모든 위대한 어머니들에게 큰 행복과 보람 있으라. 엄마는 보답을 바라지 않아야 마땅한 사람이라는 불공평함도 결코 당연해지지 않기를. 내 인생의 잔잔함이 이제는 영영 사라지는게 아닌가 말할 수 없이 두려웠던 지난 며칠을 교훈 삼아 새해에는 좀 더 감사할 줄 아는, 의연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가지려 한다고 다 주어지는게 아니요, 원하지 않는다고 다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어떤 운명이든 두려움 없이 받아들인다는게 내 생에서 과연 도달가능한 경지일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결실로 꽉 찬 한 해였기를, 그리고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모두에게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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