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마주치는 세 사람이 있다.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열차를 타다 보니 거의 매번 만난다.
사람1:
이어폰을 끼고 있긴 한데 소리가 너무 커서 다 새어나온다. 좀 떨어져 앉아도 엄청 시끄럽게 다 들린다. 자기 귀에도 참 안 좋을텐데. 가급적 그 사람한테서 멀리 멀리 떨어져 앉는다. 기피인물 2위.
사람2:
네 명이 앉는 좌석 (둘씩 마주보게끔)에서 꼭 바깥 복도쪽에 앉는다.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창가쪽 사람이 내릴 때가 되어도 절대 다리를 안 치워준다. 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뭔가 딴 데 정신이 팔려서 못 봤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 내리는거 뻔히 보면서도 다리를 안 치운다. 전에 한마디 하려던 차에 열차가 마침 덜컹거리며 급 멈추는거다. 휘청거리다 그 사람 발을 콱 밟았다. 앗 죄송합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나 왜 웃고 있냐.. 대박 꼬시다. 사실 죄송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거늘! 이 사람한테서도 되도록 멀리 떨어져 앉는다. 1번보다 더 싫어서 기피인물 1위.
사람3:
가까이 앉아본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이 사람도 약간 특이하다. 늘 역방향으로 앉는다. 뭐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빈 자리도 많은데 굳이 역방향으로 앉은건 이 사람 뿐이라 매번 눈에 띄곤 했다. 오늘은 매우 가까이 앉았다. 그가 요거트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일단 뚜껑을 열정적으로 핥는다. 촵촵 쭈압쫩 -ㅅ-;;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꿋꿋하게 핥는다. 본격 먹기 시작하더니 고새 다 먹었는지 이제 그 열정으로 바닥을 긁는다. 닥 다라라락 닥닥...! 두어 번 긁으면 다 먹지 않나...이제 진짜 없는 것 같은데 계속 긁는다. 사람들이 이제 좀 신경질적으로 쳐다봤다. 마침내 다 먹었는지 조용했다. 아아니 그런데! 요거트 하나를 더 꺼내는게 아닌가. 😂 그러고는 처음부터 다 다시 시작한다. 개미핥...아니 뚜껑핥핥 다음 바닥긁기 닥닥 다다락...! 아...이 쏴람 오늘부터 단숨에 1위. 🤣🤣
그들은 알까. 내 맘 속 넘버 원 투 쓰리라는 것을..
일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