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피자집 두 군데가 있다. 찻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둘 다 인기가 좋다. 어느 쪽 피자가 더 잘 팔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뜻 보기론 백중세다.
먼저 'Pizza Pronta'. 이 가게는 오래됐다. 내가 독일에서 살다 바젤에 처음 왔을 때도 이미 있었으니까 최소 15년.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 훨씬 전부터 있었을 것 같다. 포닥시절 우리 연구실 사람들은 늘 이 집에서 피자를 갖다 먹었다.
모든 피자는 한 가지 크기로만 나온다. 토핑도 단순하다. 배달은 안 한다. 가격만 좀 오른 걸 빼면 모든게 15년 전과 똑같다. 피자 말고 다른 메뉴들도 있는데 전부 다 평균이상의 맛이다. 와우 까지는 아니지만 재구매하지 않을 이유 또한 없는, 그런 맛. 한마디로 말하자면 무난무난 상무난 단골집이랄까.
그 건너편 'The Kitchen' 은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 2년 전이던가. 하도 인기길래 나랑 사메도 사 먹어 봤다가 깜짝 놀라지 않았겠나? 너무 맛있어서.
피자 중에서도 'Pinsa' 라고, 도우가 고소하고 끝내주게 바삭하다. 종류도 훨씬 다양하고 비주얼도 훌륭하다. 집에서 직접 피자를 만들 때면 이 집 피자를 롤모델로 삼는다. 처음 먹어보고 반해서 얼마간은 계속 여기서만 사 먹었다. 문제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더 키친' 의 단점은 기복이 심하다는 거다. 열 번 중 두세 번 정도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같은 집 피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토마토 소스의 맛이라든지 도우의 식감이 딴판인 날이 있다. 이걸 몇 번 겪고 나니 언제부턴가 주문이 망설여졌다. 좀 신기한 게, 가끔 있는 이 실망스런 날 때문에 나무랄 데 없이 맛있었던 나머지 대부분의 날들까지 차츰 잊게 되더라. 음식점 인기가 높아질수록 맛 유지가 힘들다더니...과연 그런가 보았다. 그리고 그 한결같다는 건,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더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는가 보았다. '구관이 명관이여' 라며 우린 다시 핏자 프론타 쪽으로 돌아섰으니 말이다. 언제 주문해도 늘 같은 맛, 그러나 실망시키지 않는 익숙하고 한결같은 맛.
두 가게 다 여전히 인기가 많다. 그리고 나도 잘 모르던, 내 성향은 어떤 점에 더 끌리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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