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왜 이리 집도 더러워 보이고 물건들이 구질구질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른 봄에 대청소를 하는 건, 그저 습관이거나 햇빛에 눈에 띄는 먼지 탓이 아니라 요맘때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허물 벗기 욕구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일어나자마자 빨래를 돌렸다. 오늘따라 몸뚱이도 유난히 낡고 비루해 보여서 ㅋ 청바지와 화장품을 주문했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다른 것도 뭐 또 살 거 없나 하이에나처럼 살피다 아침시간이 갔다.
봄가을용 새 러닝화와 비타민 도착. 날 풀리니 슬슬 운동도 다시 해야 할 것 같고 비타민도 좀 먹어야 될 것 같고.
라구소스 듬뿍 들어간 파스타가 먹고 싶다는 사메의 바람대로 점심메뉴를 정했으나 샐러드는 뭔가 평소보다 봄기운 나는 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딸기를 사왔다.
익숙했던 일상도 이맘때면 괜히 새삼스럽고 낯설어지기도 하고 그렇다. 십 수년을 우리 동네로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의 삶이 오늘따라 '여긴 어디, 난 누구' 스럽다. 내 삶의 터전이 될 거라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이곳에서 어느덧 중년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게. 햇빛은 나다 말다, 바람이 회오리 소리를 내며 불어제끼는 요상한 날씨의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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