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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5월은 보너스의 달

by SingerJ 2022. 4. 7.

5월은 보너스의 달. 그래서 이맘 때면 HR에서 미리 편지가 온다.

"친애하는 xx야! 다사다난한 작년이었지. 또 한 해 헌신해 준 너의 노력에 보답코자...(건너뛰고 핵심으로)...이번 보너스는 얼마 얼마를 준비했어."

오늘 편지가 왔는데....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전 직원 일률적으로 쥐꼬리 보너스 확정. -_- 

이유는 당연히 코로나. 지난 2년간 (코로나 백신 만드는 회사들 빼고) 타격 전혀 안 받은 기업이 있긴 할까. 머리로는 너무나 이해하는데 기분은 왜 월요일 알람 울리기 1분 전 -_-;; 같은 거냐. 나 속물이었네. -_-;; 

팬데믹이 막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참 순진, 무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 같은 제약업계는 그리 타격받지 않을 것 같다고 (우리 회사만 괜찮으면 되지, 라는 이기심은 아니었고 그냥 분야별 짐작). 약 중에서도 장기 복용하는 제품, 즉 코로나와 상관없는, 갑자기 끊거나 줄이는 약이 아니다 보니 잠시 그런 무식한 착각을 했는갑다. 

그런데 약을 안 사는 것 만이 안 팔리는 이유가 아니더라. 제때 못 만들어서, 제때 운송을 못 해서, 개발 중인 약의 임상시험이 불가능해져서, 각종 허가가 미뤄져서... '못' 팔게 되는 이유가 수 십 가지더라. 코로나가 없었을 때는 늘 잘 돌아가서 별로 생각조차 안 해봤던 그 모든 단계들. 그렇게 당연한 걸 보너스가 확 줄어봐야 깨닫다니. 

해마다 회사 임원진이 성과 발표를 한다. 물론 지난 2년은 불경기였다. 그런데 회사 제품 중 유일하게 매출이 급 치솟은 약이 있으니...아이들이 복용하는 ADHD 약이었다.

 

약은 일반상품과는 다른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지만, 또 그렇게 애쓰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도 엄연히 상품이고, 의사 약사도 직원이고, 제약회사도 어쩔 수 없이 이윤 좇는 기업일 수밖에 없다 보니 이 시기에 매출이 한 가지라도 올랐으면 다행이어야 하는데.. 그 발표를 보고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집콕해야 하는 시대에 ADHD 아동들, 그 보호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힘들어서 약을 더 많이, 고용량으로 복용해야 했던 걸 텐데 그거 많이 팔렸다고 좋아할 수는 도저히 없는 거였다.

 

그런 착잡한 마음이었던 게 바로 작년 이건만 오늘의 나는 보너스가 적다고 불평하고 있네. 이런 시국엔 보너스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아니 월급이 제때 나오는 것만으로도, 아니, 직장이 있다는 게 감사해야 될 텐데. 인류의 건강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마음은 어디다 엿 바꿔 먹은 거지 잠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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