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오후 두 시, 카트린의 동네인 독일 그렌츠나흐의 작은 교회에서 열렸다. 2주만에 보는 카트린은 좀 여위어 있었지만 의연한 모습이었다. 간간이 흐느끼는 그녀의 남편과 고등학생 딸 사이에서 담담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해탈한 듯 보이기도 했다.
청년은 끝내 아무런 유서도, 힌트도 남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가족들은 아직도 모른다...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알지 못할 것이다. 남은 가족들에겐 참으로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배를 마치고 아들이 묻힌 묘지로 향하는 동료의 눈은 복잡하고도 텅 비어 보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조문객들이 유족을 위로하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와줘서 고맙다 꼭 끌어안는 카트린의 어깨가 너무 앙상하게 느껴져서. 아들을 이런 식으로 잃은 엄마는 이제 남은 생을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게 될까. ㅠㅠ 이 가족에게 부디 마음의 평화를 주시라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순간이나마 간곡히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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