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토마토 제품이 들어간 음식만 먹으면 화장실로 직행하는 사메 때문에, 우리집에선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만들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토마토 소스 없이 페이스트만 개미 눈꼽만큼 넣어 만들거나, 아니면 생토마토 소스를 만들어 쓰거나.
Pesto alla trapanese- 이탈리아 시칠리아 서쪽 끝 트라파니 지방에서 유래했다는 이 생토마토 소스는, 그래서 언제부턴가 우리집에도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잘 익은 토마토와 바질, 아몬드, 마늘, 올리브유, 페코리노 치즈가 들어가는데, 불에 끓이지 않고 만들어 가볍고 상큼하다.

이왕이면 시칠리아 파스타 '부시아테(busiate)'로 만들어야 시칠리아 기분이 제대로 난다. 동네 수퍼마켓에는 없어서 온라인몰에서 주문한다.

표면이 거칠어 소스가 아주 잘 달라붙는다.

껍질 벗긴 토마토에 바질, 아몬드와 마늘을 넣고 갈고, 페코리노 치즈,

빼먹지 말고 올리브오일도 듬뿍.

곱게 갈아버리는 것보다는 재료가 조금씩 씹힐 정도로 남겨둔다.

생토마토와 바질 향이 그대로 살아 있고, 아몬드가 씹히면서 고소함을 더해준다.

산뜻함, 고소함, 페코리노의 짭짤함이 번갈아 느껴지는 맛.

끓이지 않아도 되는 소스라 여름에 특히 제격이었는데, 어느새 이불을 끌어당겨 덮게 되는 계절이 왔다. 아직은 늦여름이라 부를 수 있는,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 주말에 맛보는 Pasta alla Trapan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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