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휴가는 바다가 아닌 데로 가야지- 라고 생각은 매번 하지만, 막상 갈 때가 되면 또 바다만한 데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래도 나름 변화를 줘보고자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첫째, 이번엔 좀 다른 바다(!)로 가자. 둘째, 다음번 행선지는 바다가 아닐 것. '좀 다른 바다' 는 어떤거냐는 남편의 물음에 (실은 나도 몰러 ㅋㅋ) 카리브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라고 무심코 답했는데.. 그러다보니 어찌어찌 바하마를 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떠나기 일주일 전, 국가정보를 읽다가 큰 깨우침을 얻은 덤앤더머. "바하마 바다는 카리브해가 아니래! 그거 알았어??" (대서양이라고 함) "진짜야?? 그런데 왜 카리브 연안 국가목록에 꼭 들어가 있어??"
카리브 크루즈 관광의 대표적인 나라.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이 바다가 놀랍게도 카리브해가 아니란다. 이 곳을 찾는 거의 모든 이들이 카리브해임을 의심치 않으며 관광책자 또한 그렇게 소개하고 있지만, 지도상으로는 엄연히 Atlantic Ocean. 진정한 카리브해를 보려면 바하마로 떠나세요! 류의 광고를 한두 번 봐온 게 아닌지라 이 날의 깨달음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헬리콥터에서 내려다 보이는 물빛은 탄식과도 같은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가 묵었던 방갈로 No.7.
방을 나서면 끝없는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다.
매일, 그리고 순간순간 늘 다른 모습을 연출하던.
끊어질까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잘 버텨준 ㅋ 해먹.
해 질 무렵 이 해먹 앞에는 황금노을이 펼쳐지곤 했다.
화려한 노을의 뒷면에는 sandflies의 무시무시한 공격이 있었으니... 온몸이 다 뜯겨 지금까지도 벅벅 긁고 있다는 슬픈 뒷 이야기.
중심을 못 잡아 한참을 파닥거린 끝에 간신히 건진 한 장.
불과 달력 한 장의 차이로 오늘은 2017년, 바로 몇 시간 후는 2018년이 되는 것처럼, 지도의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기까지는 대서양, 바로 옆 물방울은 카리브해가 되는 것이로군. 인간이 부여하는 정체성/정통성이란 이 얼마나 부질 없는가. 어쨌거나 그 바다가 거기 펼쳐져 있었다. '진정한 카리브해' 의 모습을 한 대서양이.
첫날밤엔 잠결에 바하마에 왔다는 걸 잊은 채 잠이 들었다. 밤새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오늘따라 식기세척기가 한참 돌아가네' 라 생각하고는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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