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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커피 사오는 길

by SingerJ 2022. 1. 24.

당신은 무슨 재미로 직장에 다녀? 라고 서로 물어보면- 난 출근길 커피 마시는 낙으로, 사메는 도시락 까먹는 재미로 다닌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웃길 때가 있다. 남편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반 진담이 확실하다. 출근을 안 하는 주말에도 단지 매일 마시는 그 커피를 마시고자 읍내행을 마다 않으니 말이다.

스위스에서 맞는 첫 주말, 카이로에 비하면 쥐죽은 듯 적막한 토요일 아침 거리가 사메에겐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은 그래도 북적거리는 편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엔 길에 개미 한마리 없는 적막이 흐르기도 한다.

이 계절이면 더욱 쓸쓸해 보이는 라인강변의 병사님.

'가방은 잠그고 눈은 뜨라' 는 뜻의 소매치기 주의 경고문. 이게 처음 생겼을 때 '바젤이 망하려나 보다' 는 자조와 한탄이 얼마나 심했는지 모른다. 제네바라면 모를까 바젤엔 소매치기 따위가 있을 리 없는데 이게 다 바로 옆 프랑스에서 건너온 놈들의 소행이라는 게 이 곳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분석. ㅋ

커피가게에 도착했다.

처음 보는 아가씨인 걸. 새로 왔나 보다.

비록 프랑스빵에는 비할 수 없으나 그래도 스위스 내에서는 제일 괜찮은 듯한 빵집 겸 커피 프랜차이즈 가게다.

담쟁이 덩굴이 마치 벽화 같던 어느집 담벼락.

날이 흐려서 그런지 주말장터가 한산한 편이다. 점점 늦잠 자고 싶어지는 계절이긴 하지...

이 계절에 어울리는 전시회.

나뭇잎들이 0.1초마다 떨어지는 것 같다. 길을 걷는 동안 사르륵 사르륵 끊임 없이 들려오는 낙엽소리.

매년 이 풍경을 보면 코끝에서부터 상상되는 냄새- 어느 작가가 갓 볶아낸 커피 향 같다고 했던...- 낙엽 태우는 냄새.

실제로 맡아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때 되면 어김 없이 그리워지는 그런 냄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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