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서 후두둑 소리가 나길래 낙엽인가 했더니 쪼매난 돌멩이가 투둑 떨어졌다. 그러려니 하고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데 조금 후에 또 조약돌만한 게 투둑 하고 떨어진다. 세상에...딱 걸리지 않았겠나? 돌조각을 주둥이에 물고 있다가 내 주변에 떨어뜨리고 가던 까마귀 두어 놈. 그래놓곤 시치미 딱 떼고 유유히 모퉁이를 돌아가는데...아 놔.. 어이가 없어서. ㅋㅋ 눈을 의심했네.
까마귀가 유난히 많은 이 길을 수백번도 넘게 지나다녔지만 오늘같은 일은 처음이다. 사람을 골탕 먹일 줄도, 다른 동물들과 숨바꼭질을 할 줄도 아는 영리한 새라는 건 다큐멘터리에서나 봤지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소리 없이 빛바래가는 덩굴들과
폭신한 이끼로 덮인 나무들이 빼곡한 이 길.
그 한적함이 좋아서 자주 이 길로 다니곤 하는데 녀석들에겐 성가시기라도 했던 걸까, 자기들의 아지트로 툭 하면 쳐들어오는 인간이..?
까마귀 노는 곳에 가을의 끝자락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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