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먹구름 잔뜩이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했던 탓인지 참 어지간히 일하기 싫은 하루였다. 오늘같이 스산한 날에는 김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공포영화나 보면 딱이련만. 11월 땡 시작하자마자 어쩜 이렇게 날씨도 11월스러워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부엌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소꿉놀이 아지트도 오늘은 쓸쓸해 보인다. 꼬마들의 살림살이로 가득하던 탁자 위엔 낙엽들만이.
하긴 뭐 굳이 공포영화까지 필요가 있을까. 하루하루 들려오는 한국발 뉴스가 그 어떤 공포영화 보다도 무서운 요즘. 어쩌면 그렇게까지 무능할 수가 있고 어떻게 그 지경까지 썩었을 수가 있는지.. 끝도 없는 바닥으로 치닫는 나라의 현실이 무섭고 절망스럽다.
뜨끈한 국물생각이 간절했던 탓인지, 시험관 배아 이식 후부터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허기 때문인지 수프를 데워 빵그릇째 순식간에 비웠다.
모과청을 한번 만들어보려고 사왔는데 수퍼마켓 출신은 역시나 향이 역부족이다. 사메더러 터키상점에서 좋은 놈으로 몇 개 사오라 해야겠다. 레몬절임도 어느새 다 떨어져 가고... 이번 주말엔 두어 병 더 절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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