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내 나이 실화냐

by SingerJ 2022. 1. 26.

해가 바뀐 지도 벌써 나흘째이나, 매년 그렇듯 딱히 달라진건 없다 (어찌 보면 이것은 감사할 일이기도). 1월 첫주까지 휴가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일터는 아직 고요하다. 그저께는 고작 이메일 다섯 통, 어제는 여섯 통, 바라건대 오늘과 내일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나가 주었으면 한다. 월요일부터 다시 몰아칠 일상 전에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한국나이로 마흔 다섯이 되었다는 걸 깨닫고 흠칫 했다. 나이를 잊고 싶은건지, 아니면 여기선 좀처럼 내 나이를 상기할 일이 없어 진짜로 잊고 있어선지, 마흔 다섯이라는 엄청난 춘추(!)가 다름아닌 내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순간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줄줄이 사탕식 깨달음: 그럼 사메는 마흔 한 살, 울아부지 일흔 다섯, 엄마 일흔 셋,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 둘째조카 빵빵이는 세쨜, 이제 뒤집기를 시작했다는 막내조카도 벌써 두쨜인거냐.. 와...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 한 살 더 잡숫는게 마음이 참 무겁다.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할텐데.. 그 바람에 매년 간절함이 조금씩 더 보태진다. 그러면서도 한국 한 번 가는건 왜 이리 일정 잡기가 힘든건지. 금년 휴가가 벌써 90% 확정된 것과 대조적으로 서울집에 가는건 왜 쉽지가 않은건지, 나의 게으름인지 뭔지, 하여간 이해불가다. 금년엔 몰라도 내년엔 꼭 가야겠다, 남편도 같이. 사위 얼굴 결혼식때 처음 보신건 그렇다 치고 ㅋ 지금까지 겨우 한 번 더 보셨나.

예전엔 막연하게, 마흔 다섯 이후엔 뭔가 전혀 다른 일을 해봐야 되지 않나 생각했는데...그게 벌써 지금이다. 연말에 중간보스 헬렌과 얘길 하다가, 본인의 커리어를 어느 분야에서 종료하게 될 지에 대한 잡담을 나눴더랬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회사에서 나를 해고하지 않는 한 아마 퇴직때까지 지금 자리에 있지 않을까?' 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새삼 궁금하네. 5년 후, 1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과연 지금의 일이 내 커리어의 종착역이 되는게 맞을지. 뷰티살롱 주인이나 반려동물 사진 찍어주는 사람, 또는 뮤비촬영 편집자 같은 나의 상상 속 꿈을 실현하기에 아직 충분한 열정이 내게 남아있을 지.

뭔가 (좋은) 새로운 일이 가득하기를, 또 한편으론 지금의 잔잔함이 변치 말고 지속되어주기를... 뭔가 상당히 간사하고 욕심 그득한 바람을 안고 한 해를 또 시작해본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와 아마추어  (0) 2022.01.26
아직은 상상할 수 없는  (4) 2022.01.26
12월의 퇴근길  (0) 2022.01.26
부모의 자격, 반려인의 자격  (0) 2022.01.26
마지막 헌 도마를 떠나보내며  (0) 2022.01.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