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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 탓이오?

by SingerJ 2022. 1. 26.

소포를 도둑 맞았다. 그것도 두 개 씩이나. -_-; 소포 올 게 있으면 우체국에서 미리 문자로 알려주는데, 오늘 건은 수취인 서명이 필요한 경우였지만 그냥 두고 가시라 OK를 했더랬다. 이럴 경우 소포가 분실되기라도 하면 물론 내 책임이지만 스위스 생활 십 수년 째 아직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늘 그냥 놔두고 가셔도 된다 흔쾌히 허락했고, 늘 괜찮았다. 다만 오늘은 처음으로 아니었을 뿐이다.

12시 52분에 소포가 배달됐다는 문자를 받았으나 물건은 온 데 간 데 없다. 우편함이 반쯤 열려있는 게 쎄하더라니. 잃어버린 내용물은 신발과 가방. 하필이면 내가 유난히 사기도 귀찮아하고 돈도 아까워하는 품목들이지 뭔가! 다른거 살 때는 돈지롤도 많이 하면서 왜 이 두 가지는 사는 재미라곤 통 없이 십원 한 장도 아까운건지 나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러하다. 특히 가방은 너무 낡아서 새 가방 오는 즉시 메려고 대기중이었는데...룰루랄라 득템했을 양심에 털 난 인간 누구냐 진짜. 크흑.. ㅠㅠ

일단 우리 이웃들은 100%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고, 누가 임시로 맡아놓은건 더더욱 아니다. 아무 일이나 구한다는 외국이름의 (불법)구직쪽지가 우편함에 들어있던데.. 많이 미안하지만 솔직히 그 사람이 좀 의심된다. 뜬금없이 남의 우편함을 열어봤을 가능성보다는, 쪽지를 넣으러 우편함에 접근했다가 견물생심이 되었을 가능성이 좀 더 커보여서 말이다. 아냐 아냐... 나도 외국인이면서 어떻게 외국인부터 의심할 수가 있어? 그러지 말자.

오늘 회사에 생긴 엄청 골치 아픈 일에 왕보스 마티아스가 우리에게 보낸 한 줄짜리 e메일이 있었다- mea culpa! (내 탓이로소이다!) 실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호탕하게 보스로서 책임을 인정하던 그와는 달리, 난 내 잘못이 맞는데도 왜 자꾸 아닌 것 같지? 찌질하게. 남의 소포를 꺼내가는 이상한 인간이 있을거라고 상상이 되었어야 말이지.. 내 잘못이라면 그냥 믿었다는 건데.. 믿은게 정녕 잘못이란 말인가. 내 신발 신고, 가방도 메고, 까짓 기부한 셈 칠테니 잘 먹고 잘 사시오 흥칫뿡. -_- 그치만 누가 대답은 좀 해줄 수 있을까. 아니 진짜.. 내 탓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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