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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머니 은혜, 남의 편

by SingerJ 2022. 1. 28.

일요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들까 한국드라마나 한 편 보고 잘까 하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카톡이 왔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쯤. 잠에서 깨자마자 보낸 모양이었다. 내가 꿈에 나와서 엄마를 부르더란다. 반쪽으로 수척해진 얼굴을 해 갖고서는. 반쪽..! 반쪽이라고 하셨습니까 지금...아니야 엄마...현실은 반쪽 한 번 되어봤으면 깨춤을 추겠지 말입니다. -,.-;; 그렇게 안심을 시키면서도 한편으론 꿈 이야길 들은 순간 마음 한켠에서 느낌표 한 100개쯤 불이 팟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요며칠 괜히 극도로 우울하던 차에 딱 저런 꿈 얘길 하니 말이다. 이럴 때 보면 엄마들에겐 자식의 위험(?)을 감지하는 동물적 감이란게 정말 있나 싶기도 하고, 아님 그냥 늘 자식걱정이 일상이다 보니 소 뒷걸음 치다 쥐 잡는 격으로 상황이 맞아 떨어지는 때가 있는건지도. 어느쪽이든 간에 부모노릇이란 참 못 할 짓(...)이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낳고 기른 것도 모자라 평생 걱정되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은.

왜 괜히 우울한가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딱히 새로운 스트레스가 있는 것도 아니요, 맘 상하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무작정 무기력하고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고 집에 오면 한마디도 듣기도 하기도 싫은 것이.. 이게 그 번아웃 증후군인건지 코로나 블루인지 갱년기 증상의 하나인지 실체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라는거다. 대학입시가 끝났을 때, 박사학위를 마쳤을 때도 비슷한 우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어떤 일의 끝과 시작이 교차되는 그런 시점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나름 심각하게 생각중인데 남편이란 자가 해맑게(!) 말하길..."새로운 다이아가 필요한 시점인가봐!" 뭬야? -_- 어휴 저 공감능력 없는 자.. 엄마와 남(의)편의 차이란 참.. -_- 꿈이라는게 아무 것도 아니면서도 또 하루 종일 찜찜하게 만들 수도 있는 그런거 아니겠나. 이왕이면 다음 번 엄마 꿈에는 기분 좋은 모습으로, 그리고 반쪽과는 거리가 한참 먼 투실투실 현실의 얼굴 그대로 ㅋ 출연해야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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