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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베란다- 그간의 업데이트

by SingerJ 2022. 1. 28.

먼저, 바닥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바깥공기에 노출된 공간이다 보니 뭘 깔아야 좋을 지 고심을 꽤 했다. 더위와 추위에 잘 견디는지, 물청소가 가능한지, 보송하게 유지되는 지도 고민거리였다. 이 잔디는 스포츠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뿐, 위 조건들은 다 충족시키는 등급이라니 어디 한 번 믿어보겠다. 우연인지 뭔지, 잔디를 깐 이후 며칠간은 비둘기가 똥을 싸지 않았다. 단지 아직인 것 뿐인지 ㅋ 아님 이제 안 오기로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모형새와 홀로그램 테잎의 효과일 수도 있다.

그리고 벽장식을 좀 했다. 여기저기 페인트 얼룩이 묻어있는 시멘트 벽이었는데 가리니 한결 낫다.

인조식물 티가 나긴 하지만 조립도 쉽고 가벼워서 후딱 만들어 달기 좋았다.

가짜티가 덜 보이게 하려면 최대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여기는 숲 속이다, 숲 속이다, 세뇌하면 된다. ㅋㅋ

반대쪽 벽에는 담쟁이 덩굴을 붙이고 있는데 담쟁이가 쪼매 모자란다. 다시 효과적으로 잘 널어(!)보면 될 것도 같은데 미완성 상태로 며칠째 방치중이다.

접이식 탁자와 의자도 도착했다. 이웃건물에서 너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것 같아 시야를 좀 가려줄 나지막한 울타리도 주문해 놨는데 대체 언제 올 지 배송 한번 겁나 느리다. 그 외에도 아직 안 온 물건이 두어 가지 된다. 코딱지만한 공간에 필요한게 이리 많았나.. 언제 또다시 비둘기 소굴이 될 지 모를 베란다 따위에 돈 쓰지 말자고 했던 우리는 어느새 초심을 잃은 것 같다. 그렇지만 뭐가 좀 있어야 나가 앉아있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아무 것도 없는 시멘트 공간에 멀뚱히 나가 서 있을 순 없잖수.. ㅎㅎ

키 큰 화분으로 임시방편 시선차단을 해두었는데 나름 효과적이다. 오늘 베란다에서 아이스크림을 질질 흘리며 먹었지만 이게 가려주니 한결 맘이 편했다. ㅎㅎ

아직은 더운 오후였으나 바람이 제법 좋길래 냉커피 한 잔을 타 들고 나가 꽤 한참 앉아있었다. 가을밤엔 여기서 라면 끓여 먹으면 좋겠다. 어쩌면 비둘기들은 죄가 없는 지 모른다. 걔들은 그저 이 곳이 버려진 공간이라는 걸 간파했고 그래서 좀 빌려 쓴 것 뿐인 지도..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매일 들여다 보고 사람 기척이 나기 시작하니 비로소 공간의 주인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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