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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가버린 여름과 돌아온 흰둥이

by SingerJ 2022. 1. 28.

우롱차가 왔다. 커피를 좀 줄여보고자 산건데 포장을 풀면서 나도 모르게 엉뚱한 기대를 하고 있더라. 새 커피봉지를 뜯을 때 확 쏟아져 나오는 그 풍부하고 맛있는 냄새- 왜 차에서 그 커피냄새를 기대했는지 모를 일. -_-a;; 그래.. 나는 절대 차를 커피만큼 좋아할 수는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도 제법 달콤한 좋은 향이 난다. 우롱차에 복숭아, 베리가 약간 섞인. 요며칠 날이 얼마나 써늘한지 모른다. 지지난주에만 해도 햇빛이 뜨거워 밖에 나가기가 꺼려질 정도였는데 이젠 차가 식을까봐 warmer를 켜놓고 있으니 말이다.

그간 베란다에 조명이 생겼다. 창문에는 LED 조명을 달았고 (몇 년 전 방에 달려고 산 거였으나 정신 사나워서 못 달고 처박아 두었던)

생전 안 오던 가림막도 드디어 왔다. 조그만 태양광 전구를 감아놨더니 쪼그만게 생각보다 밝다.

이것도 태양광 랜턴

혼자 쿨톤인 이 등도 역시 태양광 충전식이다.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켜지게 해두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밤에 뭐가 훤해서 나가보니 불들이 다 켜져 있더라는.

참, 아까 요 놈을 봤다. 지붕 위에서 쭈빗쭈빗 우리 베란다를 계속 엿보고 있던. 몇 달 전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흰둥이 아니니, 너!

털 쪄 있었던 지난 겨울 (왼쪽 사진) 에 비하면 몰라보게 날씬해지긴 했지만, 눈 밑의 점이나 날갯죽지에 있는 회색점까지 똑같은 걸 보면 얘가 걔 맞는 것 같다. 예전의 베란다가 아니라 그런지 한동안 바라보기만 하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날씨가 추워지니 다시 겨울을 나러 왔던 걸까? 갑자기 짠하네. ㅠ,.ㅠ

이제야 베란다가 완성되었는데 여름은 벌써 다 갔나부다..

오늘 먼 길을 떠났다는 친구의 친구를 문득 떠올렸다. 여름을 맞을 준비가 이제사 되었는데 그 여름은 어느새 가고 없는...그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이런 류의 허탈함과 아쉬움이 너무 많지 않았기를 바란다.. 더 이상 고통 없는 곳에서 평온하게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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