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식 웨딩쇼를 보러 갔던 날- 손님들을 결혼식 하객이라 치고 그리스 전통 결혼식을 공연으로 보여주는 거였는데
장점은 이국적이고 재미있었다는 것, 편하게 사진 찍으라고 적극 장려하던 것. 단점은 너무 길고 (무려 두 시간 반), 관람형이 아니라 적극 참여형이라 툭하면 손님들한테 나와서 같이 춤 추자고 한다는. ㅋㅋ
나가서 출거야? 물어보려고 옆을 보니 자리가 비었... 극강의 E인 이 남자는 대체 언제 나간건지 덩실덩실 하고 있더라는...🤣 참 내...ㅋㅋ 결혼이란 뭘까 새삼 신기했네. 이리도 극과 극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 같이 살게 되었는지 신기.
계속 먹방을 찍고 다녔건만 어째 찍은 사진은 거의 없는지 (먹은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걸지도 ㅋㅋ). 수영하다 먹은 스낵: 치킨버거와 원조 수박샐러드 (주먹만한 수박+ 수북수북 페타치즈).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 다 향기로웠다. 원래는 술 안 마시는 나도 끼니때마다 몇 모금씩은 꼭 맛보게 만들었던 향.
애피타이저로 나온 정어리 구이. 길에 다니는 고냥이 녀석들 한마리씩 주면 엄청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ㅎㅎ
비즈팔찌 하나씩. 사실 내가 갖고 싶은 팔찌는 따로 있어 이 솨람아...금과 다이아몬드를 좋아해 나는...;;
더위에도 사진 찍기에 열심인 사람들.
꼭 20년 만에 다시 가본 그 곳. 예전에 아직 학생이던 시절, 마일리지를 털어 훌쩍 갔던 적이 있다.
온통 홀리데이 무드 샬랄라인 가운데, 나만 독서실에서 뛰쳐나온 듯한 꼬라지에 ㅠㅠ (삼선 슬리퍼만 안 신었다 뿐)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마음이 시끌시끌하니 왠지 다 그림의 떡 같았더랬다. 나도 훗날 편한 맘으로 다시 와보고 싶다, 그런 날은 언제쯤 올까...생각했다.
그로부터 20년. 편한 맘으로 다시 오게 돼 기뻤다.
이 곳은 여전히 하얗고 파랗고 예쁘구나
다만 나의 20대가 가고 없을 뿐... 그리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뿐.
20대 뿐인가. 30대도 가고 40대도 어느덧 막바지.
마흔 아홉의 내게 흠칫 놀라 물어본다. 넌 누규..??
뭐 대단한 걸 이룬 것도 없는데 그 하 세월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아직도 충분히 젊다는 걸 안다.
그래도 때때로 이런 날이 있다.
앞으로 펼쳐질 멋진 50대, 60대보다
이젠 가고 없는 대환장 그 미숙했던 20대의 날들이 애달프게 다시 욕심나는 날.
어뤼다고 놀뤼지 말아요~ 라고 하기엔 영 머쓱한 나이임이 서글픈 날.
지금 너의 고민은 다 쓸 데 없는 거라고 20년 전의 내게 스포해줄 수 없어 안타까운 날.
막상 그때로 돌려보내 준다면 안 갈거면서 괜히 이러고 있는...어쩌라고 싶은 날.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바쁜 꿀벌의 삶을 아동바동 또 착실히 살어리랏다. 오늘까지만 잠시 센치하여도 되겠소.. 😭
함께 걸어와 준 나의 마흔 아홉 해여
부디 잘 가시오
그대의 가는 길에
뜨겁게 건배.
(BGM: 토이가 부릅니다- 뜨거운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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