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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토랑

가즈파초 (Gazpacho)

by SingerJ 2021. 11. 2.

언젠가 엄마가 오징어국을 대량 끓였었는지 사흘 연속 식탁에 올라온 날, 아빠의 간 큰 ^^ 코멘트가 있었다. '내일은 뭔가 새로운 맛있는 걸 먹자' 라는 (헉...ㅎㅎ). 싫으면 먹지 말라는 불벼락과 한판의 퐈이트를 예상했는데 이여사의 반응은 의외로 쿨하시었다. '마누라가 해주는 별미가 먹고 싶을 땐 먼저 마누라를 별미집에 모셔가는 게 최고 빠른 방법' 이라고. 요리란 게 원래 아이디어 싸움이니 새로운 영감을 자주자주 받아야 따라하면서 더 늘고 그러는 거라고. 오우...그렇지 그렇지! ㅎㅎ 아빠 갑자기 숙연해지시고.. ㅋㅋ

그때 엄마가 했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지금 내가 외국에서 그나마 뭐라도 해먹고 살 수 있는 건 다 휴가 가서 먹어본 음식들 덕이기 때문이다. 요리책이나 동영상을 백날 봐도, 어디 가서 맛있게 먹었던 한 끼를 따라해보는 것만큼 효과적이진 않았다. 서론이 느무 길었는데 ㅎ 오늘 메뉴는 스페인에서 처음 먹어봤던 토마토 수프라는 얘길 하려고 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여름음식- 냉 토마토 수프 가즈파초 (Gazpacho).

냉면의 매력이 뭔지 당최 모르겠을 뿐 아니라 오이냉국, 냉콩국수 등 차가운 건 소 닭 보듯 하는 내가 처음으로 괜찮다고 느꼈던 차가운 수프.

토마토, 오이, 피망, 양파, 마늘, 빵조각, 올리브기름, 소금, 후추, 식초, 레몬즙이 들어간다.

허니듀 멜론도 약간 넣어주면 더 맛있지만 오늘은 없어서 생략.

한꺼번에 갈아주기만 하면 끝! 차갑게 식혀뒀다가 먹는다.

차가운데 찬 음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말이 되려나... 그 점이 바로 이 소음인 전씨를 끌어당긴 묘한 매력이었다. 먹고 나면 몸이 싸늘하게 식는 것 같고 괜히 배탈 날 것 같은- 내가 싫어하는 그 느낌이 이 수프엔 없다. 마늘 때문일까. 차가운 가운데서도 알싸하게 올라오는 마늘의 열감.

비가 오려고 그렇게 후텁지근했나 보다. 시원하게 퍼붓고 상쾌해졌으면.

수프 한 그릇에 오픈 샌드위치 하나면 아침식사로도 충분하고, 간단한 점심도, 다이어트 저녁식사도, 출출할 때 밤참도 된다.

스페인의 태양과 정열을 듬뿍 머금은 토마토를 먹은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도 디저트 삼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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