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채소란 좋은 것이지.. 그러나 그게 아스파라거스라면?
독일생활을 막 시작했을 즈음 TV에 자주 나오던 Knorr 광고가 있었다. 오늘 저녁메뉴는 뭔가 뛰쳐나와서 보던 꼬맹이들이 아스파라거스를 보고는 대실망을 한다. "으윽...슈파겔..." (아스파라거스의 독일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엄마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Knorr 홀랜다이즈 소스를 끼얹어주고, 꼬맹이들은 아스파라거스를 맛있게 먹는다.
그때만 해도 아스파라거스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광고의 포인트를 이해할 수 없었더랬다. 영양가가 훌륭하지만 이 곳 아이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채소라는 것도, 알고보니 나 또한 이 채소를 안 좋아한다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 봄이 되면 어김없이 한번쯤은 먹게 되는 마력이 있는데, 순전히 심적만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쫑쫑 썰어 리조또에 넣어 먹고 나면, 오늘 식단은 아주 바람직했어- 라고 스스로에게 한껏 생색을 내게 되는 것이다.
사메한테 면접이 하나 들어왔었단 얘길 내가 했던가. 과거에 지원했던 적이 있는 사람들의 CV를 자기네 data pool에 추려놨다가 새로 난 자리에 적당할 것 같은 후보에게 연락을 해온 경우인데, 뜻밖에 생긴 이 면접을 사메는 흔쾌히 수락했더랬다.
그런데 갔다오더니 하는 말이, 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사양했단다. 뭬야..! 아니 왜?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자리 괜찮아 보인다고 하더니만. (구내식당이 무려 일곱 군데라는데 아까워서 우짜스까... 그렇다...나의 진정한 관심사는 이것..;;)
일은 괜찮은 것 같은데 지금 직장보다 딱히 좋은점도 없어보이고, 처음 1년간은 출장빈도가 40%나 될 거라고 했단다. 사메가 하는 개발일은 원래 출장이 거의 없는게 보통인데 이 사람은 이상하게 꼭 잦은 출장이 필요한 프로젝트에 걸려왔다. 그러니 그 자리가 꺼려지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일곱 군데의 구내식당...아까비... ㅠㅠ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
나에겐 과연 남편의 직업만족도와 도시락을 안 싸는 것 중 어느게 더 중한가 ㅋ 잠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았다.
날씨가 얼마나 여름같아졌는지 모른다. 봄나물 한 번 안 먹고 이 봄을 떠나보내기엔 아쉬워 오늘은 아스파라거스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았나보다. 오메가3 뚝뚝 흐를 것 같은 연어패티도 넉넉히 구워뒀으니 월요일 도시락도 이렇게 해결이 되었다.
다음 주말에도 날씨가 이렇게 좋으면 겨우내 그리웠던 산공기를 마시러 갈 수 있겠다. 어느새 또 등산철이 되었나. 세월 가는 속도 좀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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