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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토랑

봄날의 파스타

by SingerJ 2021. 11. 1.

옷장 안이 왠지 휑해졌다 싶은건 착각이 아니었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했던 사메가 우리 겨울자켓들을 다 세탁소에 보내버렸단다. 헐, 그러다 다시 추워지면 어쩌려고? 하려는데 새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사방에 꽃들은 또 얼마나 흐드러지고. 봄이 온 정도가 아니라 이미 흠씬 무르익었음을 또 이렇게 늦게사 깨닫는다.

일요일 점심엔 왜 특히 밀가루가 당기는건지 알 수 없다. 서울 우리집에서 일요일마다 국수, 라면, 수제비 등으로 점심을 먹던 습관이 남아서일까, 아님 일요일은 짜파게티 ^^ 라는 광고에 세뇌되어서일까.

우리집에서 제일 자주 해먹는 파스타는 해물파스타로, 그래서 해물믹스 두어 봉지 정도는 늘 냉동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참전에 사뒀다 잊고 있던 와인을 오늘 마셔보기로 했다. 찰랑이는 오묘한 금빛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헝가리산 디저트 와인이라는데, 맛을 보기보다는 한참 바라보고 있게 되는 빛깔이다. 마치 잔 주변이 금빛 노을에 물들어가는 듯 해서.

봄이 왔나 싶으면 또 어느새 순식간에 더워져 수박만 찾게 되는 계절이 금세 오겠지.

문득 중학교 합창대회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반은 '봄밤' 을 불렀더랬다. '나비들이 날개 접고 꿈꾸는 봄밤에~ 진달래 개나리도 예쁜 꿈을 꾼다지' 하는.

오늘이 그런 봄날 같으다. 살짝 열린 창 틈으로 꽃향기 섞인 봄바람이 불어드는 오후.

산책길 머리 위로 꽃그늘이 드리운다. 축복 받은 계절이여, 조금만 더 느긋하게 머물다 가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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