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폭염에, 직장 스트레스는 할많하않에. 너무나 혼자 있고 싶어 다녀온 오늘의 알프스. 이번엔 스위스를 벗어나 이탈리아 돌로미티 서부로 향했다.

한 어미 자식도 아롱이다롱이라더니, 알프스라는 같은 이름 아래 참으로 다른 풍경. 알프스는 8개국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니만큼 여러 얼굴을 가진 게 당연하겠지만서도 새삼 신기하다.

7월 중순부터는 인파가 본격 몰려들 시기인지라 그 madness 😆를 피하고자 7월 첫 주를 택하였다. 꽃도 마이 피고 좋은 달이로고.

세체다 (Seceda)의 유명한 톱니바퀴 모양 봉우리. 바람도 씨게 불고 추운 가운데, 다들 여기서 사진 찍겠다고 줄이 엄청 길었다.

안 좋은(...) 생각 중인 수심 가득한 아줌마로 나왔지만 내 딴엔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 취한 것이 맞다. 🤣 줄도 오래 서 있었는데 이렇게밖에 못하나 스스로 안타깝. ㅋㅋ

재시도해보지만 이번엔 어정쩡 벌린 다리;;

저 부분만 조명 켜진 듯 초록초록 환한 게 정말로 예뻤다. 스위스 알프스가 화면을 삼킬 듯한 아이맥스 영화라면, 이 지역은 한 컷 한 컷 탐미적 영상미가 흐르는 예술영화 같다.

포즈 취하느라(??) 수고했으니 달다구리를 먹어준다. 카이저슈마른 (오스트리아식 팬케이크). 옛날에는 오스트리아 영토였던 지역이라선지 음식도 오스트리아식을 많이 먹고 독일어도 어디서나 잘 통했다.

숙소는 오르티세이(Ortisel)에 잡았다. 돌로미티 서부 여행시 거점이 되는 마을이라 그런지 작지만 무척 활기차보였다.


그리고 고산 초원지대 '알페 디 시우시 (Alpe di siusi)'.

그러잖아도 한국사람들 유난히 많다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내 뒤로 대여섯 명 일행으로 보이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만 걷게 된 우연한 순간. 😃) 일행 중 한 아저씨가 갑자기 "
하이고마, 한국사람 느무 많아 가 부칸산 온 줄 알았다 마!!"
ㅋㅋㅋ 순간 빵 터져서 끅끅거리며 웃는데 아저씨가 화들짝 놀라더니 (내 등만 봤을 테니 한국인인지 몰랐던 듯)
"왐마 그기 분도 한국에서 오셨쎄요?!" ㅋㅋ
흰색 긴 치마 펄럭이며 사진 찍는 츠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인스타 룩인가..

그날 회색구름이 좀 많았어서 다음날 맑을 때 다시 갔더니 이번엔 급기야 노래도 들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 그림 같은 집을 짓고~" ㅋㅋ

그런데 여기는 오전엔 역광이 너무 세서 오후에 가는 게 더 낫구나 싶었다.

도날드 스트롬봄씨, 뉘신지 비록 모르지만 내도 이 뷰가 맘에 듭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빛과 구름모양 보는 재미가 있었다. 손에 잡힐 듯 입체감 넘치는 솜사탕 같다가

금방이라도 소나기 쏟아질 것 같기도 하고.

반려견 델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더라. 보더콜리, 리트리버, 셰퍼드 천지였는데 이렇게 쪼매난 녀석들도 종종 만났다. 아잉 귀여워. 😍

가즈아, 말티즈!

내 미모를 보고가개

내 미모도 보고 가소

사랑은 쓰다듬는 것

친구를 만나는 것 (야 쫘식 너도 왔구나)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억을 남긴다. 어떤 이는 뚝딱거리며 작위적인 셀피를 ㅋㅋ

또 어떤 이들은 유쾌한 사진을. ^^

달다구리2는 사과파이 (역시 오스트리아식).

집과는 달리 산간마을 밤공기는 얼마나 시원하던지. 두꺼운 이불 덮고 포근히 잘 수 있어 행복했다. 몇 시간씩 아무 말 안 하고 혼자 있을 수 있어 좋았다. 집안 떠나가라 틀어놓은 월드컵 축구중계 강제시청 안 해서 좋았다. 😂
최근 사메의 정기검진에서 재검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와 맘이 복잡했지만 산 속에 혼자 있으니 시끄러운 속이 많이 가라앉았다. 필요 없는 걱정을 미리 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도 어리석음을 반복, 또 반복한다.
그럼 또 하나의 작위적 사진으로 마무리. 아 놔...자연스런 셀피는 어떻게 찍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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