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 이름이 뭐였더라, 한스였나.
둑에 생긴 구멍을 주먹으로 막아서 물에 잠길 뻔한 마을을 구해낸 슬기로운 아해의 이야기.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네덜란드의 국토 개간사업은 단순 개발 차원이 아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한다.
오죽하면 이름부터 '네덜란드' 일까 (nieder: 낮은, landen: 땅- 에서 비롯됨).
국토의 무려 40%가 바다보다 낮은, 혹은 해수면과 같은 높이.
물을 퍼내고 둑을 쌓는 것만이 해결책이었고, 그리고 그 원동력이 풍차였다 한다.
풍차를 실컷 보고자, 근교 풍차마을엘 들르기로 했다. Zaanse schanse 라고, 암스텔담에서 좀 떨어진 목가적인 곳.
(첫번째 사진만 주인장 거. 나머지는 네이버 블록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에서.)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날씨였다. 겨울 유럽여행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으나 날씨가 가장 음산한 때라는 것 만은 확실하다.
(그치만 그런 날씨를 러부하는 어둠의 자식들도 있는 법. -.-;;)
날씨 탓일까, 계절 탓인가, 아니면 원래 이런 곳인가...아...정말로 정말로 조용한 곳이었다.
마을을 한 바퀴 다 돌 동안 인기척을 느낀 건 손꼽을 정도.
화려한 나막신 가게와 치즈공장이 없었더라면 몹시도 심심할 뻔 했다.
풍차 자체는 그다지 동화 같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풍차라면 오히려 스페인 라만차 지방의 것이나 우리동네 호프집 야광 풍차간판에 더 후한 점수를 줄 테다.)
그러나 잔세스칸스의 고요함과 아늑함은 이후 어떤 여행지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징적인 것이었다.
뭐랄까, 인구가 적은 것에서 비롯된 조용함이나, 고요하다 못해 폐허스러운 기운이 감돌거나-
그런 negative한 일면 없이 순수하게 조용하고 소박한 곳.
인생의 어지러운 up & down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한 번 쯤 둘러볼 만한, 그런 마을이었다.
피천득씨의 수필 중 그런 구절이 있었더랬다.
"인생은 사십부터" 라는 말은
"인생은 사십까지" 라는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내가 읽은 소설의 93%가 사십 미만의 인물들이다.
그러니 사십부터는 여생인가 한다.
자유로운 가운데 뭔지 모를 냉소와 쓸쓸함이 느껴지던 암스텔담에 이 구절은 딱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곳 풍차마을에는, 그가 그 다음 수필에서 고쳐 얘기했던 다른 구절을 선사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은 사십부터도 아니요, 사십까지도 아니다. 어느 나이고 다 살 만하다."
어느 나이고 다 살 만하다...
그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 나이가 되면 이 여행도 어느덧 흑백의 여운으로 남으리라.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내일은 벨기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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