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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Switzerland] Zürich

by SingerJ 2021. 11. 4.

독일이 편한 나라였다면, 스위스는 그 여행에서 가장 모범적이었던 곳으로 남아 있다.
정확함, 안전함, 깔끔함 면에서 두 나라의 수준은 같아 보였지만
독일엔 없었던, 여행자에 대한 세련된 매너가 이 곳엔 있는 듯 했달까.
좀 과장하자면 '선진국의 Aura' 란 바로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러나...Aura고 뭐고 간에.. 처음엔 아파서 정신이 없었다. ㅠ_ㅠ
기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아파오던 배가 취리히에 당도하자 걷잡을 수 없이 아팠다.
이놈의 마법통을 대비해 진통제도 물론 챙겨왔건만 배낭 속에서 약을 찾고 말고 할 겨를도 없이 통증은 급속해졌고
마침 눈 앞에 보이는 약국으로 냉큼 들어갔다. 부슬비가 내리는 아침. 약국은 한산했다.
영어 유창한 약사언니가 발포정 진통제를 주었는데 먹고 잠시 쉬는 동안 어느새 아픔은 씻은 듯 사라졌다.
오오.. 역시 듣던대로 스위스는 약학강국인가 봐. +_+
약- 하면 독일/스위스를 떠올리는 원래의 관념 탓도 있겠지만
그 날의 개인적인 좋은 기억 때문에라도 스위스 약학기술에 대한 나의 평가는 그 이후 무한상승하게 된다. ^^

알프스야말로 스위스에서 보아야 할 핵심이겠으나, 날씨가 당최 허락하질 않았다.
묵는 기간을 하루 연장, 이틀 연장까지 했지만 융프라우를 오르기엔 여전히 악천후.
눈물을 머금고 취리히 시내를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독일어권 나라에서는 '반홉 (Bahnhof= 역)' 이란 단어 하나만 알아둬도 겁나게 유용하지 싶다.
길, 트램노선, 건물이름 등, 반홉에서 파생된 것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아무리 심한 길치 + 지도 까막눈 이라도 반홉을 알면 길 잃기가 힘들어진다.

다른 유럽도시에서도 그렇듯, 이 곳 볼거리 중에도 교회들이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교회들이 의미를 갖는 이유라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는데-
첫째: 특정 건축/미술양식을 대표하는 예로서의 가치 때문이고, 둘째: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이유라고 보면 되겠다.
취리히는 후자로서, 유명한 교회 갯수만 해도 좀 많다. 네 군데였나.
알려진대로 이 곳은 종교개혁 당시 츠빙글리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움...그러나 그런 유혈역사에 대한 관심은 커녕 성경 한 구절도 간신히 주워 섬기는 나같은 범인(凡人)으로서는
성경퀴즈와 성탄 재롱잔치의 추억이 서린 우리동네 **교회 쪽을 취리히 교회들보다 더 명소로 쳐주게 되지 말이다.
경건한 교회들로부터 후닥닥 빠져나와 소소하고 평범한 거리풍경에서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반홉거리를 따라 늘어선 상점 구경, 취리히 호수의 고요함, 들어가 언 손을 녹이던 카페.
그저 흔한 여느 도시의 모습이었지만 친절한 사람들과 넉넉한 시간 덕에 푸근했던 취리히에서의 3일.
페스탈로치 동상 앞을 지나며 먹은 뜨뜻한 hot dog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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