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Maldives #1] 나쁜 날씨

by SingerJ 2021. 11. 7.

몰디브에 도착한 첫날은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경비행기가 많이 흔들릴 수 있으니 겁 먹지 말라는 안내가 나왔다.

본섬인 '말레' 에서 우리가 머물 섬까지는 40분을 더 날아간다. 먼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리조트에 도착했다. 나무들이 흔들리며 내는 솨~ 솨~ 소리에 파도소리까지 더해져 섬 전체가 솨솨거리는 것 같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빛깔의 바다는 늘 잔잔하고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일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파도가 제법 거세게 치고 있는 광경이 마치 아빠옷 빌려입은 꼬마 같아서 웃음이 났다. 몰디브의 바다도 야성적인 면이 있구만요.

소라게들이 엄청나게 많다. 손톱만한 놈부터 꽤 큰 놈까지 다양한 크기로 발에 툭툭 채이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큰 애들은 밤에 나타나더라. 요만한 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큼지막한 녀석들이 어두운 모래밭에 우글우글.

작년 3월에 생겼다는 이 따끈따끈 신생 리조트는 신혼여행이나 가족단위 여행객보다는 주로 보통커플들이 휴식차 찾는다고 한다.

매우 조용하다. 가끔 지나다니는 리조트 직원들의 목소리, 새소리, 파도소리가 거의 전부인 듯.

나도 이런 구슬사진 한번 찍어보고 싶었다. 쉽지 않네. 햇빛을 돋보기처럼 모으는 바람에 들고 있다 손가락 탈 뻔. -_-;;

바람이 서서히 잦아들고 바다가 많이 잔잔해졌다. 살랑살랑에서 아주 약간 더 부는 정도.

새로 산 튜브를 시험해보기 딱 좋은 바람이 아니겠는가.

날씨가 나빠서(!) 그런가, 해변에는 우리밖에 없다. 반짝이는 바다와 바람이 평화롭구만 이런 날씨가 푸대접을 받다니. 스위스에 가자꾸나 예뻐해줄게.

오른쪽에 보이는 저 그네는 내일 타봐야지 내일 타봐야지 하다가 마지막날까지 결국엔 타지 못했다는.. 왼쪽에 보이는 저 쉼터에는 예쁘게 생긴 흰색 새가족이 사는데 새끼들이 있는지 조금만 다가가도 어미새가 날개 쫙 펼치고 끼룩거리며 난리난리. ㅎㅎ

매일 오후 다섯시 반이 되면 새끼상어들이 먹이를 받아먹으러 몰려든다. 다섯시쯤부터 벌써 한마리 두마리 슬슬 모여든다. 배꼽시계 정확한 듯.

그들 무리에 스리슬쩍 섞여 놀고 있는 이집트산 human fish.

멀리서 왔는데 이렇게 날씨가 나빠서(!) 어쩌냐고, 내일부터는 좋아질거라는 리조트 직원들의 위로를 받으며 문화충격을 느꼈던 첫날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ldives #3] 해질녘 낚시  (2) 2021.11.07
[Maldives #2] Just the two of us  (6) 2021.11.07
[Mauritius #에필로그] 천국은 함께 하는 것  (0) 2021.11.07
[Mauritius #4] 심심하고 심심한  (4) 2021.11.07
[Mauritius #3] Magical south  (0) 2021.11.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