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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Maldives #2] Just the two of us

by SingerJ 2021. 11. 7.

총지배인이 말하길, 이 리조트는 '완전히 새로운 컨셉의 리조트' 이자 'Real Maldives' 를 추구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신혼부부들이 많이 가는 타 리조트들과 과연 좀 다르긴 했다. 몰디브의 상징과도 같은 물 위의 빌라 대신, 이 리조트에는 울창한 숲속 빌라만 존재한다. 방안에 있는 모든 가구와 소품들은 원목으로 만든 수제품이며 아주 최소한의 금속만이 사용되었다. 

뒷마당에 있는 흔들의자나 초가집 쉼터도 모두 자연재료로만 만들어졌다. 깊은 뜻은 잘 알겠는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_<; 문명에 워낙 찌든 나는 그냥 딱 운치 있을 만큼의 전통미를 가미한 평범하게 좋은 리조트가 좋지 이런 특이함을 추구하는 곳은 부담스롸서.. 호젓한 신생 리조트인데다 10점 만점에 9.8 평점을 자랑한다고 남편이 야심차게 찾아낸 곳인지라 이 김새게 하는 코멘트는 차마 하지 못하였다. ㅋ.

지붕도 담장도 말린 코코넛 잎사귀로 만들어져 있다.

가끔 앉아서 커피 마시는 용도로 쓴 뒷마당의 쉼터. 바로 앞이 바다라 밤새도록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이 리조트의 또다른 특징은 어디서든 맨발로 다닐 수 있다는 것. 리조트내의 모든 길은 물론 식당까지도 모래가 깔려있어 맨발을 적극 권장한다.

비누통 로션통도 원목으로. 

식물로는...코코넛과

코코넛과

코코넛이 있다. >_<;;ㅋㅋ

온갖 표지판도 코코넛 열매로 만들어져있고

소금 후추통도 그러하다. 음식도 몰디브 전통식 위주여서 커리와, 커리와, 커리가 나온다.

코코넛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다른 식물들도 많긴 하다.

분명 적지 않은 사람들이 리조트에 묵고 있다는 걸 아는데, 식당에서 말고는 마주칠 일이 많지 않을 정도로 호젓했다.

마치 이 섬에 우리만 있는 것 같은 느낌. 조용한 원두막에서 Bill Withers의 'Just the two of us' 를 듣노라니 정말로 그런 기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지배인이 자랑삼아 말하던 그 완전한 휴식의 분위기인걸까. 

하지만 눈에 띄는 인간의 수가 적다 뿐, 알고 보면 참 많은 생물들이 바로 가까이에 있다.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떼, 각종 새들, 훤한 대낮에 잘만 돌아다니던 박쥐들, 소라게, 그리고 그냥 게. 게들은 집 주변에 수많은 굴을 파놓고는 이리저리 바쁘게 다닌다. 쭈그리고 앉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우리 남편은 아무리 갈챠줘도 촛점을 못 맞춘다... 아내 사진 멋드러지게 찍어주는 남편들 많더만...나한테 그런건 이번생에는 없는 걸로.. -_-

벽에도 구경거리가 늘 기어다닌다 (도마뱀). 얘네들을 겁내지 않고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이 곳에 우리 두 사람 뿐인가 하는 착각이 늘 들었지만, 바람, 훤한 달빛, 바다, 게, 도마뱀, 쿵- 하고 떨어지는 코코넛 열매와 그에 놀라 꺅꺅거리며 날아오르는 새들- 사실 이 섬의 오래고도 진정한 주인은 그들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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