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land #5] Paradise doesn't have to be tropical

이른 아침 라플란드의 숲공기 속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을 꿈꿨지만 투머취 야무진 꿈이었나 보다. 현실은 몇 초만에 식어버린 미지근한 커피를 홀짝이다 말고 슬그머니 집 안으로 후퇴하게 되는. ㅎㅎ

누군가가 나와 같은 시도를 했었던게 아닐까? 얼어붙은 컵이 이제는 재떨이로 쓰이는가 보았다.

머무는 내내 영하 25도-30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추위였는데 뭐니뭐니 해도 마지막 날이 진짜배기였다. 목적이 낚시가 맞는지 아님 북극체험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아무튼 이름은 ice fishing 이었던 이 날의 프로그램. 이 길다란 썰매로 숲속을 40분쯤 달려 낚시터 (얼어붙은 호수)로 가는데, 진짜 듁음의 추위를 맛보았다.

순록 털가죽도 깔아주고 폭신한 무릎담요까지 주길래, 오호라, 이 정도면 끄떡 없겠군! 이라고 생각했지만...모르는 말씀이었다. 얼어붙은 나뭇가지가 얼굴을 철썩철썩 때리는가 하면, 무등산 왕수박만한 눈덩이가 풀썩 떨어지기도 하는...헬멧을 썼는데도 쉽지 않은 길이었다.

호수에 도착하니 가이드분 말고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ㅋㅋ 영하 30도도 이렇게 추우면 40도 50도에선 어찌들 사는지 원.

불기운이 퍼지니 한결 살 것 같았다.

얼음낚시를 시작한다. 보나마나 한마리도 안 잡힌다. 예감이 그렇다. 그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일곱명 중 아무도, 한마리도 못 잡음. ㅋ

그래도 좋단다. 바하마에서 원 없이 잡은 지가 얼마나 됐다고 여기서도 얼음구멍까지 뚫어가며 또 그노무 낚시를. -_-;;

불 쬐기 바쁜데 자꾸만 기념사진 찍자고 불러댄다. 뭘 기념한다는겨.. 고기도 없구만. -_-;;

북극탐사대(?)

수프와 베리주스가 끓기 시작하자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 그래...얼어죽진 않겠구나. ㅎㅎ

생선수프였는데 추위를 떠나 정말로 맛있었다. 우리호텔 주방장의 솜씨가 좋은건지 핀란드 음식이 입에 맞는건지 아무튼 여행 내내 만족하면서 먹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먹었던 느끼한 음식들을 핀란드에서도 만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했던건 다행히 기우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발자취. 몸집이 작고 가벼운 새였을까? 눈이 워낙 폭신해 작은 몸이 퐁퐁 빠졌던 것 같은. 햇빛이 비칠 때는 온 사방이 보석가루라도 뿌려놓은 듯 반짝거렸다.

이 곳의 겨울햇빛은 눈과 얼음을 녹이지 못한다. 다만 더욱 반짝이게 할 뿐. 눈의 왕국을 뒤로 하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아마 그 어느해보다 포근하게 느껴질 우리동네의 봄일 터이고, 그 속에서 문득문득 그리워질 것 같은 라플란드의 청량하고 고요한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