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계를 해왔다고 한다. 나를 포함 넷이서 유럽 어딘가를 함께 하는 여행을 위해. 꼬맹이들의 엄마들인지라 비용보다는 시간 내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계는 보란 듯 단 3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 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 여행. 순서에 상관 없이 간략하게 돌아보기로 한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에도 나왔다던 (우리여행 슬로건 ^^ 에도 들어맞는 제목) 슬로베니아 피란(piran)의 풍경을 첫사진으로 골라보았다.
무더위에 성벽을 오르느라 어지간히 땀 흘렸던 날.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내려앉던 한줄기 바람, 하늘, 바다.
글로벌한 폭염에 슬로베니아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냉장고 못지 않은 시원한 순간도 있었다. 이 곳은 Vintgar Gorge라는 협곡으로 day tour 중 들른 곳이었는데, 신비스런 물색과 시원한 공기가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이었다.
비명이 절로 나올만큼 차갑던 물. 수박 담가놓으면 1분만에 차가워질 듯. ㅎㅎ
피서는 역시 계곡인 것인가.
가을에 와도 참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흔히들 가는 포스토이나 동굴보다 한결 스케일이 크고 natural 하다는 스코찬 (Škocjan) 동굴.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출구사진 한 장 뿐. 가이드분 목소리가 지나치게 좋아서 영어설명에 영 집중할 수 없었음. ㅋ 동굴도 재미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우쳐 준 시간이었달까.
류블랴나 성에서 드레스 차림으로 열심히 셀카를 찍길래 '복식체험인가보군?' 이라고 멋대로 추측했는데...그녀는 그날 밤 음악회의 성악가였다.
가장 기대했던 리피차의 Stud 백마농장. 그러나 워낙 귀하신 몸이라 담장 가까이 오지 않는 한 멀리서 구경할 수 밖에 없다.
이 지역 백마는 체력과 성정이 훌륭해서 오스트리아가 슬로베니아를 지배하던 시대부터 왕실과 승마학교의 말로 쓰여왔다고 한다. 새끼일 때는 갈색, 검정색, 회색 등 어두운 털색을 갖고 있으나 다 자라면 백마가 되는 특이한 품종이라고.
갈기과 꼬리를 휘날리며 달리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 오스칼 기사님의 백마로 등장하면 딱일 듯한 순정만화스런 비주얼이랄까.
로컬와인 테란 (Teran) 시음과 프로슈토 맛보기.
프로슈토는 돼지 넓적다리를 말려 만드는데, 이 지역에서는 오로지 자연바람으로만 말린다고 한다. 소금 외에는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이것은 프로슈토는 아니고 (넓적다리 외의 살로 만든) 일반고기라고 했는데 안주용으로 한 접시 차려놓은 듯. 저렇게 큰 로즈마리는 사르디니아 이후로 처음 본다.
내게 류블랴나 방문은 사실 두 번째인데도 모든 것이 새로웠다. 갔던 길도 늘 새롭게 보이는 전형적 길치인 탓도 있었겠지만 ^^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기가 희미한 기억속의 이 도시를 재구성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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