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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토랑

뜨끈한 한 그릇의 계절

by SingerJ 2021. 11. 1.

나는 고기를- 정확히 말하자면 고기냄새를- 싫어한다. 그래서 양념갈비 외에는 고기를 먹고 싶어 해본 적이 없다. 하여 고기를 조리하는 것 또한 무관심의 대상이었는데...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엄청난 고기 lover인 것. 당신은 인간이오 육식공룡이오? -_- 살코기는 물론이고 내장까지 두루두루 먹는갑다. 뇌는 마쉬멜로우 식감이라나.. -_-;;

 

남편은 스테이크 구워주고 나는 다른거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같이 먹을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제일 무난한 게 braised meat 였다. 우리말로는 찜이라고 해야 하나. 소스에 담가 뭉근히 끓이면서 증기로 익히는 것. 고기냄새가 가려져서 나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국물을 넉넉하게 해서 스튜로 먹건, 걸쭉하게 해서 그냥 먹건 핵심은 같다. 소스에 넣어 슬로우쿠킹 하는 것. 첫시도에서는 대참패를 했었다. 설명에 인색한 동영상을 고른 나머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로 따라한 탓이었다.

고기 겉면을 노릇하게 구워낸 후

양파, 마늘, 토마토 페이스트를 오래 볶아 캐러멜화 해준다. 바닥에 눌어붙은 이것...이게 바로 맛을 낸다는 걸 그 동영상에서는 말해주지 않았었다. 깔끔하게 한답시고 싹 닦아내버리고 한 결과 맛없는 삶은 고무가 탄생했다는 슬픈 기억이..ㅎ.

흔히 레드와인을 넣지만 흑맥주도 드물지 않다. 아일랜드에서 자기네 스타우트로 만든 'Irish beef stew' 가 유명한 것처럼. 오늘은 맥주 반 포도주 반.

채소는 아무거나 있는 걸로. 오늘은 으깬 감자와 먹을거라 감자는 넣지 않는다. 요리 블로그가 아니므로 더이상의 지루한 과정묘사도 생략한다. ㅋ

다 됐다. 이대로 그냥 먹어도 되고

오늘은 좀 다르게 파이처럼 먹어보기로 한다.

어느새 다시 뜨끈한 한 그릇의 계절이로세..

한여름엔 천덕꾸러기였던 무쇠냄비, 타진팟, 슬로우쿠커가 다시 활약하는 시기. 여전히 고기맛이라곤 모르겠지만, 보글거리는 비프스튜와 갓 구워낸 빵이 등장하던 유럽동화를 추억하게 하는 이 식단이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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