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잦은 출장 석 달째에 마침내 사메가 병이 났다. 감기차를 좀 해줘볼까 하고 배, 생강, 계피, 구기자를 달이고 있으니 온 집안에 한약(?)냄새가 진동한다. 슬로우쿠커의 단점이라면 음식냄새가 집안 구석구석까지 퍼진다는건데 내가 싫어하는 계피냄새가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다가 강력하다. 윽.. 그래도 환자를 위해 과감히 넣었으니 마시고 쾌차하길. 시체 다리 고아 먹이던 전설의 고향 그 뭐냐.. '내 다리 내놔' 가 지금 생각나는건 왜지. ㅋㅋ
날도 꿀꿀하니 갓 구운 빵으로 아침을 먹고팠다. 빵 굽는 냄새가 계피냄새도 좀 눌러줬으면. 금방 구워낸 빵을 원하지만 사러 나가긴 싫다, 단맛 나는 빵은 싫다, 번거로운 것도 싫다- 그렇다면 요크셔 푸딩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계란, 밀가루, 우유를 섞어 소금간을 하고, 식용유를 부어 예열한 틀에다 구워주기만 하면 된다.
뜨거운 기름이 반죽을 밀어내면서 특유의 모양이 완성된다. 틀 밖으로 넘쳐 부풀어 오르고 속은 비어있는.
원래는 영국에서 로스트비프와 함께 먹는 빵이라는데 아침에 먹기도 좋은 것 같다.
진눈깨비가 비로 바뀌어 내린다. 아까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더러 "촌스러운 사진을 원하시는구나." 라고 하던게 생각나 웃었다. 나 촌스런 사진 좋아하는디. ㅎㅎ 이런 날씨엔 코트깃 세우고 커피 마시는 모델을 흑백사진으로 찍어야 될 것 같군요. 배경지가 슬로베니아 블레드란다. 아, 거기.. 산 지 며칠 안 된 내 카메라를 풍덩 집어삼켜 잡쉈던... ㅠㅠ 하지만 평화로웠던 호수.
배불리 먹고 감기차까지 한 잔 마신 사메는 잠이 들고, 나는 보던 드라마를 이어서 본다. 계피냄새와 빵 냄새, 비 냄새가 섞여 풍기는 일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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