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이 제일 쉬웠어요:
분주한 한 주였다. 골치 아픈 출장이 있었고, 연달아 세미나가 있었고, 놀러가는 게 아니라 그런지 독일은 내게 더이상 제 2의 고향이 아닌 비즈니스의 대상일 뿐임을 새삼 실감했고, 고작 사흘 비웠을 뿐인데 일은 왜 이렇게 처 -_-;; 밀려 있는건지 놀라울 따름이고.
주말이 오면 한숨 돌리겠지만 대통령 선거 투표차 베른에 가야 하니 반나절은 훌쩍 소모되겠고. 공부 외의 일로 힘들어봐야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고 비로소 느낄 수 있듯이 다른 부수적인 일 없이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게 얼마나 편한건지를 이럴 때마다 느낀다.
# 생일:
출장에서 돌아와 자리에 눕자마자 깜박 잠이 들었나...노랫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한손엔 케잌을, 다른 한손엔 노래가 울려퍼지는 휴대폰을 들고는 덩실덩실 ㅋㅋ 하고 있는 남편이 보였다. 축하는 생일 0시 땡 치자마자 한다는 본인의 철칙에 따라 이벤트를 벌인 모양인데 너무 졸렸던 나는 촛불을 끄는 둥 마는 둥 거의 기억이 없는채로 다시 잠이 들었다.
생일선물은...아니 이것은.. 우리 시누한테 신세진 게 있어서 선물할까 말까 내가 망설였던 그 팔찌가 아닌가? 사메한테 보여주며 괜찮냐고 물어봤었는데 아마 내 맘에 들어서 물어본 걸로 생각한 모양. ㅎㅎ '놀랐지! 기쁘지! 나 기특하지!' 뿌듯한 미소를 만면에 머금고 칭찬을 기다리는 남편에게 사실 이 팔찌 내가 사고 싶었던거 아니거등 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가.. -.-;;
마지막 3단계 서프라이즈는 깜짝여행이란다. 등산+ 스파+ 촛불디너를 포함한 호텔 패키지를 예약해두었다며 등산화와 수영복과 멋진 드레스를 준비하라는데 (차려 입고 밥 먹는거 은근히 좋아하는 사람임) 등산 할거라면서 왜 호반도시로 골랐는지가 좀 의문이며 (설마 호텔 근처 언덕에 올라가는 걸 등산이라 하는가), 칵테일 드레스가 하나 있긴 한데 옛날옛적 날씬하던 시절의 옷이라 지금은 헐크처럼 부우욱 터지지나 않을런지. 음...어쨌든 '당신 같은 남편 또 없습니다' 왕오바에 칭찬을 마르고 닳도록 해둬야 두고두고 뒷탈이 없을 터이다. 주말에 밥 먹을 거라고 정작 생일날 저녁은 떡라면. ㅎㅎ
# 훗날의 거름이 되기를:
매일 아침 이메일로 오는 그날의 한마디. 오늘은 이러했다-
'Someone is sitting in the shade today because someone planted a tree a long time ago.'
이번 주말 내가 뽑을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훗날 잘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한표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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