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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land #5] Paradise doesn't have to be tropical 이른 아침 라플란드의 숲공기 속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을 꿈꿨지만 투머취 야무진 꿈이었나 보다. 현실은 몇 초만에 식어버린 미지근한 커피를 홀짝이다 말고 슬그머니 집 안으로 후퇴하게 되는. ㅎㅎ 누군가가 나와 같은 시도를 했었던게 아닐까? 얼어붙은 컵이 이제는 재떨이로 쓰이는가 보았다. 머무는 내내 영하 25도-30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추위였는데 뭐니뭐니 해도 마지막 날이 진짜배기였다. 목적이 낚시가 맞는지 아님 북극체험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아무튼 이름은 ice fishing 이었던 이 날의 프로그램. 이 길다란 썰매로 숲속을 40분쯤 달려 낚시터 (얼어붙은 호수)로 가는데, 진짜 듁음의 추위를 맛보았다. 순록 털가죽도 깔아주고 폭신한 무릎담요까지 주길래, 오호라, 이 정도면 끄떡 없겠군! 이라고.. 2021. 11. 8.
[Finland #4]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실까 라플란드에는 사람보다 순록이 더 많다고 한다. 도착한 날,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에 갑자기 버스가 급 감속을 하는거였다. 사고라도 났나 싶어 보니 헤드라이트에 비친 뿔 달린 짐승 셋. 조명을 받으며 유유히 버스앞을 가로지르는 폼이 마치 레드카펫 위의 배우들 같던 루돌프들은 건너편 숲속으로 총총 사라져갔다. 사진을 못 찍었네 아쉬워하는 나에게 앞자리 아주머니가 말했다. "실컷 보게 될 걸. 여기 순록 엄~청 많아." 순록농장 구경가는 날. 아이스모빌을 타고 간다. 초보운전자를 못 믿어서 ㅋ 약간 무서웠지만 눈길에서 달리기엔 이게 참 편리하긴 하더라. 이제 봄이 왔으니 이 눈도 언젠간 다 녹겠지요. 여기도 여름에는 25도 30도 까지도 올라가는 적이 있다는데 지금으로선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일. 라프족 .. 2021. 11. 8.
[Finland #3] 질주본능 라플란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허스키 썰매. 이 혹한에 썰매까지 끌며 달리게 하다니! 이건 동물학대야!! 라고 가슴 아픈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랬음)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얘네들에게 썰매끌기란 재미난 놀이이자 질주본능을 충족시켜주는 활동이라고 한다. 추위 또한 문제가 아니다. 영하 10도 이상에서는 오히려 너무 더워한다고. 기온이 충분히 낮아야 신나게 달리고 눈밭에서 구르며 열을 식힌단다. 달리고 싶어서 아주 몸살을 한다. 출발신호를 내리기가 무섭게 내달리는 허스키들. 개들이 힘이 세면 얼마나 세다고...게다가 눈길을 빨리 달려봐야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겠어?- 라는 예상을 깨고 상당히 빨랐다. 좀 긴장한 승객들. 내가 생각하는 '개' 의 기준은 나도 모르게 우리 복동군이었던 걸까.. 2021. 11. 8.
[Finland #2] Welcome to the far North 오로라를 꼭 보고 갈 수 있길 바란다는 호텔직원의 말에 "못 보면 다음에 또 오죠 뭐, 하하!" 라고 짐짓 쿨한 척을 했지만, 만일 진짜로 못 보고 돌아와야 했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싶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북극 (또는 남극)에서 최대한 가까운 위치. 둘째, 맑은 밤하늘. 오로라 지수가 0에서 9까지 올라갈수록 볼 가능성이 커지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낮은 오로라 지수에서도 보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가 머물렀던 사리셀카는 오로라 지수 1-2 정도로도 충분한 위치에 있다. 마음에 들었던 통나무집을 떠나 이날부터는 '오로라 캐빈' 에서 묵었다. 유리천장이 있는 이글루로, 침대에 누워 편하게 오로라를 보라는 컨셉의. 빈 통나무집이 더이상 없어 어쩔 수 없이 옮.. 2021. 11. 8.
[Finland #1] 흔한 춘삼월의 풍경 스위스에는 막 봄이 오려 하는 이 때, 계절을 거슬러 겨울 속으로 들어왔다. 북쪽나라 핀란드, 그 중에서도 최북단 라플란드(Lapland) 지방에 있는 도시 사리셀카(saariselkä). 이 지역은 북극권에 속한다더니 과연. 때는 춘삼월이건만 아직 겨울왕국이 한창이었다. 당장이라도 엘사가 레리꼬를 부르며 튀어나온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 생각해보면, 아기돼지 삼형제의 집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넘쳤다. 짚으로 만든 첫째네는 열대의 파라다이스 같은 낭만이 있고, 최종승자 막내의 벽돌집은 듬직하고. 가장 내 타입인 둘째네 통나무집은 아마 이 숙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온 집안에 은은하게 스며나오는 나무향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숨을 들이쉬었다. 한편, 이집트인에게 북극권의 겨울은 실로 잔인할.. 2021. 11. 8.
[Bahamas #3] 안녕, 캐리비언의 해적 오늘은 왠쥐 이상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위치에 바하마는 자리잡고 있다. 전설의 왕국 아틀란티스가 가라앉았을거라 추정되는 지점인 동시에, 수많은 항공기/선박/사람들이 사라져 간 '버뮤다 삼각지대' 에 있으니 말이다. 철썩이는 파도도 괜히 수상해 보이고, 해변에 혼자 있으면 아틀란티스가 수면 위로 쑥 솟아오를 것 같은 상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야말로 휴양지. 바다와 물놀이와 낮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곳이었다.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이 섬에 한군데 있긴 하다. Dean's blue hole이라 이름 붙은 일종의 바닷속 싱크홀인데,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다고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색의 선명한 차이가 이미 말해주듯 급변하는 수심이 확 느껴진다. 여기서 매.. 2021.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