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84 Prague-2 민박집의 아침식사는 맛있고도 푸짐했다. '한국인은 그저 밥심으로 산다' 열변을 토하시던 주인 아저씨. 그 날 민박집엔 나 말고도 두 가족이 함께 묵고 있었다. 우리언니 또래의 그녀들- 처음 보기엔 그저 의젓한 엄마들이었는데 얼마 차이 안 나는 내 학번을 알자마자 단박에 수다스런 언니들로 변모, 나의 '아가씨 시절' 을 침이 마르도록 부러워하는 거였다. '남자친구는 있니,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니' 라는 식상한 질문 대신 싱글의 좋은 점을 긍정적으로 보아주어서 고마웠다. 하지만, "전 언니들이 부러운 걸요." 라고 맞예의치레로 말해주기엔 아들내미들이 너무 부산스럽고 ^-^;; 애들 돌보는 모습이 너무 고생스러워서 그 말은 끝끝내 진심으로 나와주질 않았다. 이그, 요놈의 요령 없는 입. 아직은 쌀쌀한 프.. 2021. 11. 1. Prague-1 독일에 온 지 3년이 될 때 까지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이제 내게 유럽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는 신선감의 부재가 그 이유가 아니었을지. 그러나 그 부활절 연휴의 프라하행은, 새삼스레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떠난다는 건 언제라도 다시금 설레는 일이라고. 라이프치히에서 프라하까지는 기차로 불과 두 시간 남짓이다. 거 참...좋구나 좋아. 오고 가는 시간 길지 않아 좋고, 오로지 유스호스텔 뿐이던 10년 전과는 달리 양질의 민박들이 객들을 환영하니 말이다. 10년이면 역시 강산이 변하는구나. 그렇게 어쩐지 감개무량한 기분으로 프라하에 도착한 저녁, 픽업을 약속했던 민박집 아저씨는 혼자 찾아 오라는 엉뚱한 말을 하시고 -_- 나는 그 배신(?)에 분개하는 와중에서도 트램 창밖으로 보이는.. 2021. 11. 1. 토요일의 맛- Tiramisu 때는 2001년. 빵이나 케잌 같은건 집에서 해 먹는거 아니라는 내 소신(?)이 지금보다 훨씬 굳건했던 시절. 티라미수만은 예외였다. 오븐도 없거니와 케잌 굽는 흥미 따윈 더더욱 없었던 기숙사 유학생에게도 티라미수 만큼은 참 쉬웠으므로. 반죽도 굽기도 필요 없다. 모양 신경 안 쓰고 무심하게 만들어 푹 떠 먹으면 되는 것까지...이 디저트는 귀차니스트에게 실로 완벽하다. ㅎ 그리하여 티라미수는 내 손으로 만들어 본 첫 디저트이자 지금도 꾸준히 해먹는 달다구리가 되었다. 첫 시도는 순전히 우연이었다. 크림치즈를 사러 갔다가 마스카포네 치즈를 집어왔는데, 그때만 해도 마스카포네가 뭔지 몰랐던 나는 먹어보고서야 잘못 샀음을 깨달았다. 그 때 그 치즈통에 적혀있던게 티라미수 레시피였다. 당시엔 아무 생각 없이 .. 2021. 11. 1. The belly rules the mind 스페인 발렌시아산 오렌지를 대량 팔길래 한 자루 사왔다. 즙이 얼마나 풍부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평소대로 다섯 개를 짜본다. 주스 짜는 일은 가급적 사메한테 맡기지 않는다. 짜는 족족 배불리 들이키고 계시는지라.. -_-;; 그래도 오늘은 아끼지 말고 무한리필 해줘야겠다. 영국 본사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잦은 출장에 지쳐있다. 화요일에 영국 갔다가 금요일에 돌아오는 생활이 아직도 한 달 넘게 남았다고 엄살이 말이 아니다. 바람이 휘이~ 휘이~ 소리까지 내면서 불더니 잎사귀가 이젠 정말 다 떨어져간다. 너희들 중 누가 마지막 잎새가 되려나.. 참, 그 동료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ㅠㅠ 금요일 점심때 그 동료랑 나, 또다른 동료 셋이서 피자를 먹으러 갔다가 듣게 되었다. 왠지 죄 지은 것 .. 2021. 11. 1. 누텔라 토스트와 치즈오믈렛 바젤 약대 교수님 중에 누텔라 광팬이 있었다. 연구실 사방 벽에 자기가 먹은 누텔라 빈 통을 진열해 놓았었는데, 압도적인 규모가 진심 Art 였다. 우리집에선 제일 작은 병도 몇 달이나 살아남지만 말이다. 이것저것 넣고는 있지만 사실 오믈렛 내용물 따위 뭣이 중하겠습니까.. 어차피 맛은 치즈가 내는거 아닌감요? ㅎㅎ 남들은 있어도 잘 안 쓸 자잘한 기계들- 샌드위치 메이커, 오믈렛 메이커, 계란찜기 등등-에 난 너무 의존하는 것 같다. 후라이팬 앞에 지키고 서서 계란을 익히거나 하는건 너무나도 귀찮은 것.. 다 알아서 해주려무나 귀염둥이들아. 상대적이고도 오묘한 누텔라의 적정량. 단 거 좋아하는 사메에게는 감질나고, 아침식사로 단 음식은 그닥인 나한텐 부담스럽게 두툼하다. 2021. 10. 31. 게으른 날에는 연어 게으르지 않은 날이 과연 있긴 할까마는 ㅎㅎ 아무튼 연어는 간편해서 종종 먹게 된다. 오븐에서 익히든, 팬에서 바삭하게 굽든, 소스를 뭘로 하든 언제나 무난한 결과물을 빠르게 얻을 수 있어 좋다. 오늘은 빵가루 얹어 오븐에서 구웠다. 빵가루에는 소금, 후추, 올리브유만 넣어도 충분하지만 보통 마늘 한쪽, 허브, 레몬제스트도 좀 넣는다. 이제 막 제철 맞은 대표적인 겨울채소. 독일어로는 Rosenkohl 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뭐라고 부르는지.. 방울양배추? 몇 개 안 남은 냉동 오징어 튀김도 처리하고. 이 곳 사람들이 생선엔 으레 감자와 시금치지- 라고 생각하는 것 비슷하게, 우리집에선 꼭 쌀밥과 토마토+오이+ 양파 샐러드를 같이 먹게 된다. 다진 양파를 갈색으로 볶다가 쌀을 넣어 지은 브라운 라이스,.. 2021. 10. 31. 이전 1 ··· 175 176 177 178 179 180 1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