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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했잖수 그 '쉐키' 가 오는 날이었다. 독일과 스위스에 분산되어 있는 우리 회사의 특성상, 또 그 사람 업무의 특성상 왔다 갔다 하며 일을 하는데, 2주 만에 스위스 쪽에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고대(?)했던 만남은 의외로 너무나 싱거웠지 뭔가. 오늘은 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넨 것. 어머 어머. 드뎌 외웠나부네. 저 색히 뭐냐고 짜증 팍 내면서, 치졸한 인종차별주의자가 틀림 없단 심증을 한 70%쯤은 굳혀가고 있던 차, 오늘 그 인사로 인해 그는 다시 상냥하기 짝이 없는 옆집 아저씨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와, 사람 선입견이 이래 무습따. -_-a그런데 다른 동료 한 명한테 이름 또 물어보고 있더라. 🤣 기억력이 마이 안 좋은 건 맞나 봐. 차별 당한다면 참지 않겠어 vs. 혹시 내가 오버하는건 아.. 2024. 3. 8.
와라, 쉐키 회사에 최근 새로 온 Quality Assurance 팀장. 이름을 대체 몇 번 물어보냐.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예닐곱 번은 가비얍게 넘겼지, 아마. 두 번째 물어볼 때까진 아무 생각이 없었고 (생소한 제3국 이름이니 그 정도야 보통이라고 생각), 세 번째 물어봤을 때는 '머리가 좀 안 좋은 편인가' -_- 싶었다. 내 이름이 한국에서나 어렵지 여기선 아닌데. 두 번 넘게 물어본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 네번째가 되니까...아니...'저 쉑히 뭐지' 생각이 드는 거다. 설사 기억이 진짜 안 나더라도 미안해서 네 번까지는 직접 못 물어보지 않나? 그때부터 관찰하기 시작했다. 세기의 돌대가리인가, 아님 말로만 듣던 microaggression인가 하고. 그런데 다섯번째인가 또 물어봤을 때, 관찰을 멈추기로 했.. 2024. 3. 6.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원래 오늘은 김치 어묵국수를 해먹으려고 했는데...했는데...준비하려고 보니 제일 중요한 김치가 없는 것! 분명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냥 닭가슴살 있던 거에 버섯 그레이비 소스 해서 먹었다. 그리고 내일 먹을 새우패티를 좀 만들었다. 내일 먹으려고 했는데...그런데...한입 먹어봐야 되지 않을까?? 양심상 혼자 다 먹을순 없어 둘이 나눠 먹고 나머지 패티는 고이 얼려놓았다. 오늘도 치킨과 새우버거라는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감사하옵고, 다음주에는 김치 어묵국수를 놓치지 않을거예요. 2024. 2. 25.
봄맞이 쇼핑 한동안 잠잠하던 손꾸락이 봄을 맞아 활동을 재개하였다. 😆 지금까진 커피머신 없이도 큰 아쉬움 없이 살아왔건만, 회사 사무실이 작년에 이전을 하면서 출근길 동선이 달라진 게 문제. 맘에 드는 커피가게가 없다, 출근길에. ㅠㅠ 회사커피는 더 맛 없... ㅠㅠ 모닝커피가 불만족스러우니 사는게 사는게 아니여...결국 하나 장만하였다. 네스프레소 '크리아티스타 프로'. 플러스 vs. 프로 사이에서 고민하다 프로로 결정. 브레빌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유럽에선 브레빌 대신 '세이지' 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카페라떼, 라떼 마끼아또 등등을 쉽게 만들 수 있고 노즐도 알아서 자동세척하고 무엇보다 예열이 빠르다. 스위치 켜면 대기시간 거의 없이 커피를 내릴 수 있다. 입맛이 촌시러버서 이 정도면.. 2024. 2. 24.
이번엔 부활절 차례 카니발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부활절 차례. 아직 한 달도 더 남았지만 "준비~ 땅!" 한 듯 부활절 상품들이 일제히 진열대를 점령하였다. 무서븐 근육토끼(...)들은 한결 저렴하다. 등치가 커서 양도 많고 😆 거의 캥거루 느낌. ㅋㅋ 봄이 되면 갑자기 잘 보이는건 뭐다? 집안의 먼지와 옷 속에 숨겨져 있던 뱃살. 다시 식이조절에 돌입한다. 이웃집 화단에 크로커스가 피었다. 그 옆 수선화 일찍 피는 집과 이 집이 매년 경쟁하듯 가장 먼저 봄기운을 뿜어낸다. 작년엔 너무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산 것 같아 금년엔 좀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정호승 시인의 에 그런 말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존재를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길 기다리고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리라고.. 2024. 2. 21.
Basler Fasnacht 파스나흐트가 시작되었다. 스위스 사람들이 '바젤의 가장 신나는 사흘 (Die drei schönste Tage)' 이라 부르는 카니발. 이 우중충한 계절에 활기를 불어넣는 행사임에는 틀림 없지만, 동네주민 입장에서는 혼돈의 카오스이기도 한 사흘. 사흘 내내 시내를 누비는 퍼레이드 행렬. 그리고 도시 어느 곳에서도 피할 수 없는 쿵짝쿵짝. 온 거리를 뒤덮는 색종이도 빼놓을 수 없다 ('콘페티' 라고 부른다). 바젤의 환경미화원들에게는 가장 바쁜 사흘이 아닐지. 퍼레이드에서 받은 꽃과 색종이를 뒤집어쓰고 보내게 되는 사흘. 귤, 오렌지, 바나나, 꽃 등을 나눠주며 다닌다. 그리고 그 시끌벅적함을 틈타 훌쩍 다가서는 봄. 2024.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