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85 작은 것들이 주는 행복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삶 속에는 간과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많으냐- 라고 새삼 말하기엔 너무 진부하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꼭 말하고 싶은 날이 가끔 있지 않은가. 오늘이 그런 날 중 하나인 것이다. 남들은 공감할 수도 없을 만큼 별 거 아닌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그런 날. 어렸을 때 푹 빠져 읽은 적이 있는 책을 아주 우연히 다시 찾게 되었다. 톰 소오여가 주인공이긴 한데 널리 알려진 그 '톰 소오여의 모험' 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 편. 우주선급의 첨단시설을 갖춘 열기구 비행선을 타고 아프리카 사막 위에서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인데 너무 어렸을때라 제목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 권으로 나눠진 책 중 첫 권만 언니가 빌려와서 늘 그 다음이 궁금했던. 초중고 시절 문득 문.. 2021. 11. 17. 토요일 근무, 오늘의 한마디 토요일 아침 아무도 없는 회사- 책상에 커피잔 내려놓는 소리와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두 배는 크게 들리는. 산더미같은 할 일들이 괴물처럼 버티고 있는 다음주를 집에서 조마조마 기다리는 주말을 택할 것인지, 차라리 눈 딱 감고 출근해 해치워 버릴 것인지, 어젯밤 뒤척거리며 생각하다 결국 회사행을 택했다. 주말에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궁시렁거리는 사이 몇 가지 일거리가 끝나고 벌써 오후. 이제야 토요일 기분이 난다. 군데군데 빨갛게 물들어가는 담쟁이 덩굴. 성질 급한 나뭇잎들은 벌써 떨어져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아점으로 닭다리 몇 개를 튀겨먹은 후 email을 확인한다. 매일 배달되는 '오늘의 한마디' 가 말씀하시길- "If you want something you've never had, yo.. 2021. 11. 17. 개들의 낙원 이 곳은 몇 년 전 바젤에서 막 살기 시작했을 무렵에 연구실 동료 크리스가 데려가줬던 곳인데 뛰어노는 개들이 어찌나 행복해보이는지 기분이 절로 좋아지곤 해서 종종 가는 산책장소가 되었더랬다. "개들의 낙원이 따로 없네." 했더니 크리스가 그랬었다- "맞아! 이 공원 이름이 바로 그거야." (Hundeparadies)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개들이 많은 듯 했다. 스위스의 개들도 독일의 개들과 다르지 않아서, 어디서든 매우 온순하고 의젓한 편이다. 스핑크스처럼 앉아만 있던 개들이 이 공원에선 너무너무 씐나!- 를 온몸으로 발산하며 노는 모습을 보노라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진실로 행복한 모습은 보는 이까지 참 행복하게 하는구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흥에 겨운 나머지 잔디밭에서 혼자 .. 2021. 11. 17. 벌써 트렌치 코트의 계절 와, 벌써 트렌치 코트 입는 계절이 오다니. 덕분에 상반신은 추운 줄 몰랐으나 미처 가을대비를 하지 못한 맨발에 플랫슈즈가 을씨년스러웠던 아침. 봄 여름엔 원피스와 플랫슈즈, 샌들, 가을엔 트렌치코트와 각종 니트, 겨울엔 부츠와 외투- 해마다 비슷한 것들 때 되면 또 사기가 구찮기 이를 데 없구나. 한 번 사면 좀 새것처럼 머물러 줄 수 없겠니, 아그들아. -.- 사메를 놀릴 목적으로 종종 하는 농담 중에 "가슴 B컵이라 좋겠수." 가 있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니나, 자아도취 표정으로 거울 앞에서 근육자랑이랍시고 할 때 초치려고 하는 말인데 어제는 놀리다 보니 문득 이게 과연 누구한테 더 굴욕인가 싶은게 뜨끔 하는거다. 살 빠져서 좋긴 한데 늘 그렇듯 안 빠져도 될 곳만 빠져버려서...우쒸...크흑. 2021. 11. 17. 아직은 때가 아닌 바젤에서 돌아오는 길, 잊고 안 산 물건들이 생각나 다시 시내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비 뿌리는 쌀쌀한 날씨 탓인지 시내는 관광객으로 가득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산 적막해보였다. 무엇에 홀린 듯 그렇게 쭈욱 걸어 장미정원에 도착. 내려다 보이는 하늘엔 역시 먹구름이 가득하다. 기뻐하기에도, 슬퍼하기에도, 불안해하기에도, 희망적이 되기에도, 함께 하기에도, 그만 하기로 마음 먹기에도- 아직은 그 무엇을 하기에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때. 요즘이 그렇다. 그저 그 언제보다도 차분하게 모든 것을 지켜보아야 할 때. 2021. 11. 17. 일과 살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1. 17. 이전 1 ··· 93 94 95 96 97 98 99 ··· 1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