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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밝힐 시간 이렇게 멀리서, 고작 장식용 촛불 따위로 대신한 채 현장을 모니터 너머로나 보고 있자니 참 무력하지만, 광장에 운집해 뜻을 모으고 있을 모두에게 티끌만큼의 마음이라도 날아가 보태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여기가 과연 바닥이긴 한건지, 차고 올라갈 희망이 남아 있긴 한건지. 16년전 한국을 떠나올 때는 몰랐다. 태어나고 자란 내 나라의 위기를 밖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픈 일이라는 것을. 2022. 1. 24.
별이 보이지 않는 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4.
월동준비 # 순응형 월동준비: 예전에 친구한테서 레몬청 선물을 받고선 "어머 이런 걸 다 손수 절이니~ 주부다~!" 했는데...내가 이걸 두 달 꼴로 하게 될 줄이야. 일년에 감기 백번 걸리는 -_- 남편과 살다 보니 별 관심 없던 걸 다 한다. 한번만 더 아프면 집에서 쫓아낸다 했더니 한동안 잠잠하다. 회사에서 독감백신도 맞고 오고.. 안 쫓겨날려고 노력중인 듯. 레몬을 열 개 샀는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은 거다. 생강을 아무리 팍팍 섞어도 한 병 가까스로 나올 것 같다. 씨를 빼라니까 빼긴 한다만...안 빼면 레몬청에서 쓴 맛이 난다는 게 사실일까? 다음번엔 안 빼고 한 번 해봐야겠다. 매번 너무 설탕폭탄이었어서 이번엔 좀 줄인다는게 너무 줄였나.. 어떻게 몇 시간만에 벌써 다 녹았지; 모과는 갈변한 모양새.. 2022. 1. 24.
커피 사오는 길 당신은 무슨 재미로 직장에 다녀? 라고 서로 물어보면- 난 출근길 커피 마시는 낙으로, 사메는 도시락 까먹는 재미로 다닌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웃길 때가 있다. 남편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반 진담이 확실하다. 출근을 안 하는 주말에도 단지 매일 마시는 그 커피를 마시고자 읍내행을 마다 않으니 말이다. 스위스에서 맞는 첫 주말, 카이로에 비하면 쥐죽은 듯 적막한 토요일 아침 거리가 사메에겐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은 그래도 북적거리는 편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엔 길에 개미 한마리 없는 적막이 흐르기도 한다. 이 계절이면 더욱 쓸쓸해 보이는 라인강변의 병사님. '가방은 잠그고 눈은 뜨라' 는 뜻의 소매치기 주의 경고문. 이게 처음 생겼을 때 '바젤.. 2022. 1. 24.
11월스럽다 종일 먹구름 잔뜩이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했던 탓인지 참 어지간히 일하기 싫은 하루였다. 오늘같이 스산한 날에는 김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공포영화나 보면 딱이련만. 11월 땡 시작하자마자 어쩜 이렇게 날씨도 11월스러워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부엌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소꿉놀이 아지트도 오늘은 쓸쓸해 보인다. 꼬마들의 살림살이로 가득하던 탁자 위엔 낙엽들만이. 하긴 뭐 굳이 공포영화까지 필요가 있을까. 하루하루 들려오는 한국발 뉴스가 그 어떤 공포영화 보다도 무서운 요즘. 어쩌면 그렇게까지 무능할 수가 있고 어떻게 그 지경까지 썩었을 수가 있는지.. 끝도 없는 바닥으로 치닫는 나라의 현실이 무섭고 절망스럽다. 뜨끈한 국물생각이 간절했던 탓인지, 시험관 배아 이식 후부터 쓰나미처럼 밀려오.. 2022. 1. 24.
까마귀 노는 곳에 머리 위에서 후두둑 소리가 나길래 낙엽인가 했더니 쪼매난 돌멩이가 투둑 떨어졌다. 그러려니 하고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데 조금 후에 또 조약돌만한 게 투둑 하고 떨어진다. 세상에...딱 걸리지 않았겠나? 돌조각을 주둥이에 물고 있다가 내 주변에 떨어뜨리고 가던 까마귀 두어 놈. 그래놓곤 시치미 딱 떼고 유유히 모퉁이를 돌아가는데...아 놔.. 어이가 없어서. ㅋㅋ 눈을 의심했네. 까마귀가 유난히 많은 이 길을 수백번도 넘게 지나다녔지만 오늘같은 일은 처음이다. 사람을 골탕 먹일 줄도, 다른 동물들과 숨바꼭질을 할 줄도 아는 영리한 새라는 건 다큐멘터리에서나 봤지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소리 없이 빛바래가는 덩굴들과 폭신한 이끼로 덮인 나무들이 빼곡한 이 길. 그 한적함이 좋아서 자주 이 길로 .. 2022.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