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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atia: 좀 긴 후일담-4 민박집 시설은 예상했듯 그리 모던하진 않았다. 좀 허름하고 소박한 크로아티아의 보통 가정집인 듯. 나이 드신 아주머니 자매 두 분이 운영하는 집이었는데, 동생은 장사와 손님 데려오기, 언니는 집안 일을 도맡아 하면서 두 사람이 조용하게 생활하는 듯 했다. 하룻밤 밖에 자지 않은 데다, 그나마 밤 11시가 가까워 들어갔기 때문에 잠 자고 샤워하고 잠깐 얘기 좀 한 것이 전부였지만 있는 동안 조용하고 맘 편하게 지낼 수 있어 좋았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출출할 때 먹으라고 삶은 달걀 한 개, 통조림 한 개, 그리고 바게트빵 반 쪽을 비닐 봉지에 싸주시는 바람에 우리네 시골 인심을 보는 것 같아 잠시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역시 관광도시라 그런지, 자그레브와는 달리 생동감 넘치고 외국인도 많았다. 관광의 중심.. 2021. 11. 1.
Croatia: 좀 긴 후일담-3 두브로브닉으로 가는 길은 정말 멀었다. 지리적으로 끝과 끝이라는 이유 말고도, 버스길이 워낙 그랬다. 꼬불꼬불한 해안길을 헤드라이트만 의지하고 달리다 보니 빨리 달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듯 했다. 간신히 시속 50km 정도? 불가리아 학생 수학여행단이 두브로브닉으로 가다 버스가 바다에 추락해 몰사했다는 기사 생각이 퍼뜩 났다. 직접 달려 보니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을 듯. 잠 자다, 어둠 속을 내다 보다...그렇게 맞이한 새벽. 서늘한 공기에 눈을 떴더니 거짓말처럼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한참을 더 달려 '이제 그만 도착하고 싶다' 할 때 쯤 버스는 멈췄고, 사람들이 우루루 다 내렸다.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가 두브로브닉 인가요?" 붙잡고 물어본 아주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 2021. 11. 1.
Croatia: 좀 긴 후일담-2 자그레브에선 정말 볼 게 없었다. 엉엉. T^T 사실 뭐 나도 두브로브닉이 목적이었으므로, 할 수만 있다면 빨리 가고만 싶었다. 자그레브의 거의 유일한 볼거리인 대성당은 공사중이요, 활기차다던 청과시장은 파장이요; 어디에나 있는 광장의 기마동상, 남자들 휘파람에 귀는 따갑고... -_-;; 인상 영 아니올시다 였다. '조용하고 깔끔한, 프라하와 부다페스트에 견줄 만한 도시' 라더니, 내 보기엔 전혀 조용 & 깔끔하지도 않았으며, 더군다나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와의 비교는 상당히 송구해 보였다. 츱츱. 낙후된 동구권의 냄새- 그게 내가 받은 자그레브의 첫인상이었다. 드디어 밤 9시- 두브로브닉행 버스에 올랐을 땐 정말 기뻤다. 자리가 빠짐 없이 차고 버스는 출발했다. 12시간의 긴 여정... 중간중간 휴게소에.. 2021. 11. 1.
Croatia: 좀 긴 후일담-1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Zagreb) 까지는 뮌헨을 거쳐 총 두 시간 가량을 날아간다. 동구권행 비행기들이 주로 뮌헨공항에서 이착륙하기 때문인지, 공항에 들어서니 독일어 보다는 뜻 모를 다른 언어들이 더 많이 들렸다. 오버부킹 때문에 10분 정도 출발이 지연된 걸 빼곤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의 비행이었다. 자그레브에 도착, 먼저 버스 터미널로 가서 두브로브닉행 밤버스를 예약했다. 그리고 나서 시내를 돌아보러 나섰는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동양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사람들이 어찌나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던지. 트램 정류장에 서 있으면, 쏟아지는 시선에 눈이 다 부실 지경. -.-;;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 보면, 맞은 편 트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다가 일제히 시선.. 2021. 11. 1.
좋은 약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독일보다 나미비아가 더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 친구도 두 명이나 사귀었다는 자랑, 편지에 늘 그리는 저 낯익은 버러지도. 어느새 그는 편지를 할 정도로 평정을 되찾았고, 나는 그 편지를 큰 괴로움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아마도...바로 그 '특효약'. 모두가 그토록 얘기하던 '시간' 이라는 약. 2021. 11. 1.
무엇이었든 간에 행복하고도 아팠던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었는가는 이제 내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이제 난 잊어야 하겠다.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202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