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84 있으면 좋은 욕실 전구 좀 갈아주십사, 연통을 한 건 지난 금요일. 아저씨가 오신 건 오늘 오후가 되어서였다. 제때 못 와 미안하다, 재촉하지 그랬느냐, 한다. "아 뭐 괜찮아요. 크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렇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샤워, 세수, 양치- 좀 어둡다고 안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어둑한 욕실과는 점점 친숙해져, 오늘 오후 아저씨가 벨을 눌렀을 땐 서동요의 오색야명주 비밀 듣기를 방해한 그 방문이 나는 몹시 야속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돌아온 광명... 미안하다, 환영이 열렬하지 않아서. 나 알아버렸거든.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이 아니라 '있으면 좋은' 존재라는 걸.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였을 지 몰라. 2021. 11. 1. 호환불가 아침 먹으려 베이컨을 굽는데, 채 다 구워지기도 전에 후회가 밀려왔다. 아침엔 유독 기름냄새를 견디기 힘들다. 따뜻할 것. 부드러울 것. 그리고 담백할 것- 내가 바라는 아침식사의 조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사랑 (그 대상이 이성이든 동성이든)의 조건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아침식사로 사랑을 먹을 수 없고 사랑 대신 아침식사를 먹을 수 없을 뿐. 2021. 11. 1. 옛사랑 존재하나, 등장하지 않는 편이 한결 자연스러운... '오늘', '나는'- 일기 속 그런 말들처럼. 2021. 11. 1. 어리석게도 속눈썹에 붙은 먼지인 걸 모르고 안경만 줄창 닦았네. 2021. 11. 1. 믿을 수 없는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1. 1. 어울림 선물 받고 싶은 거 없냐 물었더니 '삔이나 하나 사주세요' 라던, 초연한 ㅡ.ㅡ 조카양. 인형가게.. 프라하 골목 골목마다 있던. 오밀조밀 매달려 있는 꼭둑각시가 이뻐서 조카 하나 사다 줄까 망설였었는데. 체코 물가에 비해 저 인형은 상당히 비싼 편. 그치만 멋 *-_-* 진 이모가 망설인 건 값 때문이 아니고 단지...하나를 골라 손에 들면, 빛을 확 잃더란 거다. 같이 있어야만 이쁜 것들. 나름대로 좋아 보였더랬지. 서로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게. 2021. 11. 1. 이전 1 ··· 167 168 169 170 171 172 173 ··· 1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