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96 잘 가, 나옹 일러스트 작가 '스노우캣' 의 반려묘 나옹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스노우캣네 집에 처음 왔던 순간부터 나를 비롯한 수많은 이모/삼촌 집사들을 만들어 낸 나옹.. 그들 모두는 오늘 이별에 가슴 아렸을 것이다. 17년을 함께 한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말로 표현 못할 마음은.. 18년을 함께 한 개를 보내본 사람으로서 얼추 가늠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 '마중' 처럼, 그녀의 나옹은, 그리고 나의 개도, 언젠가 그렇게 마중 나와 줄 것이다. 2022. 1. 25. 분노의 등산과 양고기 맥주찜 꼭두새벽에 이불 때문에 한바탕 다툰 후, 잠이 다 깨버려 더이상 잘 수가 없었다. 호통 치고, 애원하고, 이불을 따로 덮어도 봤지만...언제나 내 이불은 ㅅㅂㄴ 몸뚱이에 둘둘 말려 있는 것이다. 아 진짜...끓는다... 저 망할 놈의 -ㅅ- 잠버릇은 왜 결혼전 5년씩이나 숨어있다가 잠복기 풀린 바이러스마냥 이제서야 각성한건지 미스테리다. 궁둥이를 발로 있는 힘껏 밀쳐주고는, 일찍 일어난 김에 등산이나 가기로 했다. 초코바, 사과, 귤, 바나나 한 개씩 챙기고 물도 한 병. 아, 중요한 걸 잊을 뻔. 오늘 해먹으려던 고기 냉동실에 도로 넣어놔야지. 사메 일어나기 전에 얼른 꽝꽝 얼어라, 밥 못 해먹게. -_- 당신은 오늘 밥 말고 먹어야 할 게 있잖수? 엿 잡솨. 실컷 잡솨! 흥. 역으로 가는 트램 안에서.. 2022. 1. 25. 부엌단상 왠지 널찍해진 기분이 들어 방 안을 둘러보니 여름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선풍기가 사라졌다. 더위는 진즉에 물러갔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남편이 드디어 선풍기를 지하실로 돌려보냈나 보다. 더위가 다 뭔가. 이젠 아침 저녁으로 얼마나 쌀쌀한지 여름이 과연 오긴 왔었나 싶게 아득한 옛날일 같다. 살짝 찍어먹어 보니 이번 레몬청은 드물게 대성공인 것 같다. 스위스산 레몬 말고 수입산을 쓴 덕분인 듯 하고 ㅋ (향과 즙이 어쩜 천지차이), 이번엔 설탕을 제대로 팍팍 넣은 때문인 것도 같다. 레서피에서 넣으라는 설탕량은 인간적으로 너무 많아 보여서 매번 줄이곤 했는데 그만큼 넣으라는데엔 역시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살림의 여왕이라는 모 탤런트의 포스트에서 힌트를 얻어 시들어가는 방울토마토 한 팩을 처리.. 2022. 1. 25. 9월병 싱거워 처치곤란이던 멜론 삼총사가 스쿱으로 파 섞어 놓으니 괜히 맛있어 보이네.. 알록달록한 것만 보면 나도 모르게 할머니처럼 '곱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거 보면 나 정말 아빠 많이 닮았다. 취향이며 식성, 소소한 버릇과 체육 못 하는 것까지 ㅎ 그러고 보면 아부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다만 우리 아빠는 알록달록한 옷을 (엄마가 말리지만 않으면 ^^) 실제로도 얼마든지 입고 다닐 배짱이 있는 사람이고, 나는 좋아만 할 뿐 현실에선 무난 그 자체를 택하는 부류의 사람인 것이다. '지중해 미각 탐험' 이라는 BBC 다큐를 보는데 은행의 높은 간부였던 사람이 장어양식장 주인이 된 얘기가 나온다. 그런게 괜히 멋있어 보이고 나도 뭔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달력을 보면 어김 없이 9.. 2022. 1. 25. 태양관리의 중요성 역시 인간이란 한 치 앞을 모르는 어리석은 존잰가보다. 발리 어느 약국의 '태양관리' 를 보며 킬킬거릴 때만 해도, 그 태양관리를 부실하게 한 탓에 불과 며칠 뒤 대상포진 환자가 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_-a 대상포진의 원인은 어릴 때 앓은 수두로, 그때의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있다가 어떤 계기론가 re-activation 되면서 대상포진으로 나타난다. 잠자던 바이러스를 깨운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내 경우엔 강한 자외선인 것 같다고 의사쌤이 말했다. 오 정확한 진단인 듯... 하긴, 문제의 왼팔 상태로 보아 너무나 자명한 것.. 햇빛에 타 벗겨지고 있는 살갗과 대상포진의 아방가르드한 콜라보. ㅠ_ㅠ; 날이 선선해 긴팔을 입을 수 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럼 얼마나 흉측했을꼬. 물집이.. 2022. 1. 25. 비둘기 고기, 가을이 오는가 깜짝이야;; 저녁때 먹고싶은 고기 골라서 해동시켜 놓으랬더니 얘네들이 부엌에서 이렇게 각선미를 뽐내며 -_-;; 앉아있었다. 연애시절 감기 걸려 앓아누운 남편에게 먹고 싶은거 있음 말해보라 했더니 비둘기 고기가 먹고 싶대서 ㅋㅋ 디잉~ 하는 문화충격을 느낀 적이 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둘 다 좋아서 나한텐 고르기 힘든 것처럼 남편에게는 양고기 vs. 비둘기 고기가 그렇다. 지금은 나도 노릇노릇 구워진 비둘기 고기를 제법 즐기게 되었으니.. 세월은 참 많은 걸 변하게 하지 뭔가. 시간은 유수와 같고, 나는 앞으로도 또 얼마나 변할 지,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개똥철학이 슬슬 기지개 켜는 걸 보니 가을이 오고 있는갑다. 2022. 1. 25.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1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