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5 사이비 연약소녀 크리스마스 휴점을 앞두고 양식을 비축해 놓고자 의욕적으로 장보기에 나섰다. 아, 그런데...잠깐 어지럽나 싶더니, 점점 심해지는 증세. 결국 빵 사다 말고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을 쉬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그러고 보면, 튼튼했다는 건 나만의 생각일 뿐 엄마 불평에 따르면 나는 우리남매들 중 가장 약골이었으며 고교시절 담임쌤에게는 관리대상 학생이어서 '저 가스나는 체력장 연습에서 빼달라' -_-;; 는 부탁을 체육쌤에게 하시곤 했다. 연약한 사람들은 보면, 새모이 만큼 먹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던데 나는 전혀 그렇지도 않으면서 쓰러지고 그러면 왕 민망하지 말이다. 퀴리부인의 유학시절 일화 하나- 어느 날 영양실조로 쓰러진 그녀에게, 의사인 형부가 물었다: "처제, 요즘 뭘 먹었지? 다 말해봐." "아...당.. 2021. 11. 1. Romance Grey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1. 1. 기분이 없어 어릴 적 어느 날 일기에, '오늘은 기분이 없다' 라고 썼다가 엄마가 대박 한심해 했던 일이 있다. "사람이 어떻게 기분이 없냐. 그리고 '오늘은' 쓰는 거 아니랬지!" -_-a 그러나 커서 보니 역시 내 말이 맞았었단 말이지.. 기분 없는 날 분명히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한없이 무미건조하고 꽉 막힌 듯 고여 있어서 감정을 어떻게든 터뜨려주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들. 그때와 똑같은 얘기를 이젠 조카의 일기에 종종 하는 엄마지만 그 아이도 언젠간 깨달을 거야, 사람 기분이 늘 메신저 표정아이콘 같진 않다는 걸. 일기 쓰기를 암만 배웠으면 뭐할꼬. 서른 셋에도 똑같은 일기를 쓰고 있다. 아아. 정말이지 요즘은 기분이 없어. 2021. 11. 1. 남는 것 국에 넣을 약간의 무우가 필요했을 뿐인데, 오늘따라 대인국에 간 걸리버 마냥 거대한 무우들만 좌롸락 눈앞에 펼쳐지니 대략 난감. 하는 수 없이 한놈을 사와서 국을 끓인 후 남은 무우로 그리 절실하지도 않은 깍두기까정 담갔다. 역시. 남는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란 말이지.. 무엇이든 필요한 만큼, 가장 필요한 때에 있어주면 좋은데 남게 되면 모자란 것 만큼이나 성가셔지는 경우가 많으니. 생각이 남아 잡념, 느긋함이 남아 태만, 사랑이 남아 번민이 되나니... 그것들은 방심하는 사이 순식간에 커져버려 나중엔 이미 버리기에도 힘겨울 만큼 비대해진 후. 어찌 처리해야 하는감, 깍두기로 담글 수도 없는 그것들은. 2021. 11. 1. 어쩌라고 가끔은 정말이지 집에 전화하기 싫다. 정작 우리의 이야기는 얼마 없는 대신, 별 관심 없는 친척들 및 이웃집 자제들의 동향을 낱낱이 전해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면, 속이 없는 건지, '그저 웃지요' 주의인 건지, 내게 시샘이 그다지 없다는 거. 누가 잘 나간다 소릴 들어도, 갑자기 나 스스로가 초라해진다거나 그가 나보다 정말 대단하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별로 그렇지 않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류의 자랑질 듣기는 매우 공허하다. **네 치과 무지 잘 된다더라. (사촌언니 부부 치과) **이 발령 났다더라. (판사) **이 요번에 시험 합격해서 xx 회계법인에서 어서옵쇼 했다더라. **이 신랑 (본인은 자랑할 게 워낙 없었나. -.-) 어쨌다더라 등등. 누가.. 2021. 11. 1. 단어 선택에 주의를 요함 딱히 허무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괜히 다 부질 없다 생각되는 이런 날이 있다. 모든 게, 하나도 빠짐 없이. '부질 있다' 란 말을 들어본 적 있나. 늘 '없다' 와만 만나도록 태어난...그러고 보면 부질이도 좀 안됐지 말이다. 그러게 다른 결론을 얻고 싶었다면 애초에 부질이라는 단어를 택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2021. 11. 1. 이전 1 ··· 110 111 112 113 114 115 116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