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1047 저주 받은 기억력 뭔가를 잘 기억하는 편이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사소한 것까지. 그러나 정작 핵심을 기억 못한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요근래 학부시절 노트를 종종 봐야 할 필요가 생기는데, 그 옛날의 필기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곤 한다. (공부하기 싫어서 드디어 실성했는가 하면 그건 아니고 -_-;; 그때 강의시간에 어떤 농담을 했었지, 기억이 나서 웃는다.) 자.. 지금 생각나 주어야 할 것들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지만. 그런데 어찌하여 나의 기억은 엉뚱한 것들 뿐 : 쥐약성분의 합성과정을 설명하며 유기제약 교수님이 했던 말- "오야붕 쥐가 약을 먹고 그냥 곱게 죽진 않는단 말이지. 다른 쥐들에게 다 경고하고 죽기 때문에 쥐들은 절대 전멸되지 않아." 라든지. 후진국에서는 재미있게도 큼지막한 알약을 선호하.. 2021. 11. 1. 잊었어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1. 1. 사랑한다면 아끼지 마라 침대 위치 바꾼 뒤로 꿈자리가 영 뒤숭숭하던 차, 다시 옮긴다고 낑낑대다가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행방불명 됐던 목걸이가 침대 밑에 그로기 상태로 널부러져...;; 아아.. 먼지 묻고 상처 입은...수렁에서 건진 내 목걸이야.. 흑흑. T^T 그러고 보면, 이런 일은 꽤 자주 일어난다. 제일 좋아하는 거, 아끼느라고 잘 쓰지도 않은 애장품- 하필 고런 놈들이 꼭 불의의 사고에 휘말려 가지고 얼마 함께 해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이별하는 일이. 서랍 속에 고이 모셔만 뒀다가 우정반지는 빛 바래버렸고, 좋아하기 때문에 잘 안했던 목걸이는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 했네. 비단 목걸이와 반지 뿐이었나. 나는 좋아하는 걸 너무 아낀다. 나 자신을 너무 아낀다. 내 미래를 너무 아낀다. 사랑도 너무 아꼈다. 정말 사랑.. 2021. 11. 1. 어디로 갈까, 그 사랑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마음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 꼭 최선일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그때 대상이 유부남 담임쌤 이었으므로. =_=) 그때는 그렇게, 단지 말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못했다 생각했는데 훗날 같은 물음에 또다시 직면하게 되자 그제서야 확실히 깨달았다. 상황이 허락한다 해도 나는 못할 거라는 걸...고백이라는 그 일은 상상 이상으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렇듯 어려운 일이기에 사람들은 술의 힘을 빌기도 하고, 혹은 영영 말하지 못하기도 하고. 그 결과 세상의 사랑들은 운 좋게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끝내 어긋나거나 묻혀버리기도 하고. 그다지 '날' 이 아닌 이곳의 Valentine's day 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제법 빵빵해진 프랄린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이 .. 2021. 11. 1. Welcome or Wellcome 매섭게 추웠던 오늘, 멘델스존 기념관 앞에서 어느 한국인 모자(母子)를 보았다. 드래곤 입김을 뿜으며 열심히 설명하는 엄마, 그리고 지루함에 몸을 뒤틀면서도 제법 의젓하게 견디고 있는 (음악 꿈나무인 듯한) 꼬마. 곁을 스치며 언뜻 들은 엄마의 가르침인즉슨,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 뭐 그런...꼬맹이에겐 조금 어려울 법도 한 이야기. 중1 영어 참고서 중에 이런 게 있었다: 'welcome 은 의외로 스펠을 틀리기 쉬운 단어이니 주의하세요' 라고. 왜 틀릴까 의아하다고 생각했었지만, 머지 않아 수긍하게 됐더랬다. 참고서가 경고한대로, 'wellcome' 이라고 쓰는 애들이 점점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아는 게 많아질수록 틀릴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Wellcome.. 2021. 11. 1. 배바스티앙의 교훈 나는 인간관계에서 '계산 따위'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하며 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계산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자신하는 그 사이에도 우리의 머리는 전광석화와도 같이 그 계산을 벌써 끝내고 이득 얼마에 손해 얼마, net 값까지 말끔하게 산출해낸 뒤 저 상대에게 호감을 느껴라, 말아라- 뇌에 지령전달까지 마친 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집착하는 대상이 외모나 돈 등일 경우엔 그나마 솔직하다. 그렇다면 지적(知的) 허영심이나 도덕적 우월감 같은 건? 오히려 더 저질이지 않을까. 그런 건 힐난하는 사람도 많지 않거니와, 자신도 별로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은 채 '돈이나 밝히는 속물들보다 나는 얼마나 성숙한 인간인가' 라고 근거 없는 교만함까지 하나 더 얹어 붙을 테니 .. 2021. 11. 1. 이전 1 ··· 157 158 159 160 161 162 163 ··· 175 다음